이규혁의 ‘마지막’에 보낸 <예체능>의 헌사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너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 여기까지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과 얼떨결에(?) 인터뷰를 하게 된 이규혁은 이렇게 말했다.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20년 넘게 달고 뛰었던 태극마크. 소치 동계올림픽이라는 마지막 경기에 감회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이규혁은 이 모든 것을 자신을 응원해준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로 돌렸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준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강호동의 질문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주위에서 너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그게 과분하지 않나 싶어요.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계속 도전하는 건데 그런 부분에 너무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까 그것만으로도 전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규혁 선수는 그저 올림픽 메달이 없어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도전했던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그를 칭찬하는 것은 그에게 메달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계속 멈추지 않고 도전해 왔다는 것에 대한 칭찬이고 찬사다. 강호동은 그에게 “스케이트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이규혁 선수도 알고 있는 일일 것이다. “마지막이니까 재밌게 하려고 즐겁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쉽게 했었는데 요즘은 잘 안되더라고요.” 메달보다는 경기와 도전 자체를 즐기겠다는 것. 하지만 어찌 부담이 없을까. 그의 휴대전화에 커다랗게 새겨진 태극기는 마치 그의 마음속에 늘 새겨져 있을 태극마크를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 경기. 결과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m 21위. 경기가 끝난 후 ‘마지막’의 소회를 묻는 기자에게 이규혁 선수는 “마지막 올림픽이라기보다는 제가 스케이트 선수로서 마지막 대회를 한다는 게 좀 더 저한테 와 닿았구요. 그래서 사실 부상도 좀 있고 아픈 데가 좀 많은데 그것조차도 저는 마지막이기 때문에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어요.”라고 말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는 의연함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20여 년 간의 레이스가 경기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욱 성숙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마지막 레이스이기 때문에 힘든 것보다는 즐거움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올림픽 때문에 좀 더 많이 배웠고 선수로서 성숙할 수 있었다고 생각돼요. 앞으로 약간은 부족한 스케이팅 선수로 끝나고 살아가겠지만 그 부족한 것을 채우며 노력하는 그런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돼요.” 그에게 스케이팅은 그의 인생 그 자체였던 것.

“가장 기쁜 건 아직까지 제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슬픈 건 이제는 스케이트를 못 탄다는 것. 선수로서.” 이규혁 선수의 이 마지막 말은 인생의 승패를 떠나서 우리가 겪는 삶의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이규혁 선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우리동네 예체능>이 자막으로 보내는 헌사는 그래서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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