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소재를 그대로? 방송이 시대를 거스르는 순간 경쟁력도 신뢰도 잃는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방송을 보면 매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들이 있다. 조영남은 방송에 나올 때마다 이혼한 전 부인을 들먹이며 구설을 자초하고, 전원주의 경우 돈 자랑과 절약 타령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편집 없이 내보내는 제작진이 목적은 화제성이겠으나 젊은 세대에게는 ‘나이 들면 다 저러나?’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뿐이다. 오는 21일 MBC 특집 프로그램 <다시 만난 쎄시봉>에 조영남이 나올 예정이라는데 혹여 같은 소리를 입에 올리더라도 부디 제작진이 알아서 편집하길 바란다.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13일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며느리 ‘기강 잡기’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풀어냈다. 제사를 앞두고 며느리가 전화를 했다는데 ‘몇 시까지 갈게요’가 아니라 ‘몇 시까지 갈까요?’라고 묻는 게 괘씸해서 호출을 했단다. 그리고 ‘앞으로 제사는 네 몫’이라고 못을 박았다고. 기강 운운하기 전에 묻고 싶다. 이혜정의 시부모, 즉 고민환의 부모 제사이지 싶은데 그 제사가 왜 며느리 몫이어야 하나? 고인의 손자인 아들딸이라면 모를까.

문제는 방송의 파급력이다. 실제로 카페에서 “나도 이번 명절에는 이혜정처럼 며느리 불러서 한 마디 해야겠다.” 말하는 분을 봤다. 집이며 패물이며 해줄 만큼 해줬으니 나도 이제는 큰소리치며 살겠다고 선언을 하지 뭔가. 거기에 덧붙여 며느리 험담까지 질펀하니 늘어놓는다, <동치미> 속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동치미>가 웃자고 던진 소재가 갈등을 부추기는 불씨가 된 셈이다. 내 자식이 다소 허술할지라도 장모든 시어머니든 사부인이 기강을 잡겠다고 나선다면 내 기분이 어떻겠나.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제사는 가족 전체의 몫이지 꼭 집어 누구 한 사람에게 떠넘길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제사를 줄이는 집안이 늘어난 것도 시대의 흐름이다. 이와 같은 변화를 짚어야 할 방송이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다니... 곧 긴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명절 뒤 이혼 소송이 급증한다는 통계가 괜히 나왔겠나. 차례와 제사, 명절 갈등이 가족을 무너뜨리는 뇌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더 이상 이와 같은 갈등을 부추기는 소재를 재미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방송이 시대를 거스르는 순간 경쟁력도 신뢰도 잃는다. 더 늦기 전에 변화의 흐름에 올라서기를.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