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스타’, 연예인 토크쇼 최후의 보루인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단추구멍 특집.’ 특집 제목만 봐도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라는 걸 알겠다. 눈 작은 연예인들을 한 데 모아 특집으로 꾸미고, 홍진경, 박휘순, 윤형빈, 가인, 이민우를 게스트로 세웠다. 물론 ‘단추구멍’이라는 웃기는 타이틀(하지만 인위적인)은 명목일 뿐이다. 대신 홍진경의 <별에서 온 그대> 뒷얘기가 쏟아져 나오고, 박휘순의 수위 높은 연애 행각(?)이 들춰지며, 윤형빈의 로드FC 경기 출전 비화가 공개된다.
굉장히 핫(hot)한 게스트는 아닐지라도 저마다 한 방의 뜨거운 이야기를 갖고 있는 그들이다. 홍진경은 <별에서 온 그대>에 캐스팅되면서 절친인 남창희, 조세호를 자신이 끼워 넣어주었고 천송이(전지현)의 남동생 캐스팅 역시 자신 때문에 바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윤형빈은 로드FC에서 이겼을 때 한동안 소원했던 이경규가 갑자기 친한 척 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또 홍진경과 윤형빈은 박휘순의 연애사를 폭로함으로써 아무 것도 잃을 것 없다 생각한 박휘순을 순간 모두 잃어버린 게스트로 만들어버렸다.
김구라는 마치 조련하듯 윤형빈을 압박해 잘 살려내지 못하는 개그감을 되살려내고 규현은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 캐릭터로 선배 게스트들에게 끝없이 깐족대며 <라디오스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전인터뷰를 통해 작가가 뽑아낸 박휘순의 엉뚱한 가인 디스는 그 토크의 도마 위에 올려져 박휘순과 가인의 묘한 신경전을 끄집어낸다.
<라디오스타>의 토크 제조 방식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들도 여전히 뜨겁다. 방영 이후에는 관련 이야기들이 인터넷에서 기사화되어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연예인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시청률은 7, 8%대를 오가고 심할 때는 6%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어쩌면 지상파 방송3사의 이른바 ‘연예인 토크쇼’들이 처한 운명이기도 하다. 유재석이 이끄는 장수 토크쇼 KBS <해피투게더>의 사정도 그다지 다르지 않고, 이경규가 이끄는 SBS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힐링캠프>는 강신주 박사가 나왔을 때는 6%대를 기록했고 소치 동계 올림픽 특집으로 마련되어 이상화가 출연했을 때 <힐링캠프>는 반짝 10%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김희애가 나왔을 때는 다시 8%로 떨어졌다. 출연자에 따라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

어찌 보면 ‘연예인 토크쇼’는 이제 끝물이다. 하지만 그 끝물에도 각자 버티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해피투게더>의 힘은 역시 유재석에서 나온다. 믿고 보는 유재석이 만들어내는 편안한 토크쇼는 끝없는 변신의 과정을 통해 이 예능 트렌드의 변화에 대처해왔다. 쟁반노래방 같은 핫 아이템에서부터 지금 현재의 야간매점까지의 변신들은 살아남기 위한 <해피투게더>의 노력의 산물들이다.
<힐링캠프>는 프로그램 특성상 게스트 섭외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것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법륜스님 같은 게스트는 <힐링캠프> 특유의 힘을 발휘하지만 강신주 박사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너무 많이 노출되다 보니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관찰카메라가 나오는 시대에 행동도 아닌 말은 그 힘이 더 떨어졌다)는 점점 그 힘이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토크쇼의 본령을 제대로 유지하면서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건 <라디오스타>가 거의 유일한 연예인 토크쇼다. <라디오스타>는 굉장한 톱 연예인을 굳이 세우기보다는 그나마 예능 노출이 많지 않은 신선한 인물들을 섭외해 이 토크쇼만이 가진 자극제(이를테면 김구라나 규현 같은)로 새로운 토크의 황금어장을 꾸려낸다.
물론 일반인들의 방송 출연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현재 연예인 토크쇼의 시대는 확실히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방송의 역학에서 어쨌든 연예인들은 중요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을 끄집어내는 방송 포맷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라디오스타>는 그 특이한 토크 방식을 통해 여전한 재미와 화제를 제공하는 연예인 토크쇼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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