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썸머’, 이제야 좀 KBS 다운 미니시리즈를 만나게 될까

KBS 드라마 '마지막 썸머'
KBS 드라마 '마지막 썸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번에는 좀 KBS 다운 주말 미니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까. KBS 토일드라마 <마지막 썸머>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물론 그만큼 우려도 깊다. 새로 토일드라마 미니시리즈를 편성해 거창하게 시작했던 KBS 드라마들이 거둔 성적과 평가가 생각만큼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썸머>는 이 우려들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

KBS 토일드라마의 포문을 연 <트웰브>는 최대치로 높여 놓았던 기대감을 최악으로 떨어뜨린 작품이 됐다. 시청률 추이만 봐도 이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첫 회 8.1%(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이 그 기대감의 크기를 말해준다. 천만배우 마동석에 박형식, 서인국, 성동일, 이주빈, 고규필 등등 출연진만으로도 그 화려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KBS가 맞나 싶은 판타지 장르의 액션 블록버스터를 내세웠다.

KBS 드라마 '트웰브'
KBS 드라마 '트웰브'

하지만 첫 회의 기대감은 곧바로 추락하기 시작해 최종회에는 최저 시청률인 2.4%로 끝을 맺었다. 보통 드라마의 마지막회가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되곤 하던 흐름을 생각해보면 정확히 정반대의 결과를 낸 셈이다. 이 수치는 <트웰브>가 어떤 작품이었는가를 말해준다. ‘유치하다’는 반응들이 나온 것처럼, 최고의 캐스팅으로 기대감은 잔뜩 높여 놨지만 최악의 스토리와 연출로 바닥을 찍은 작품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승부수는 이영애가 출격한 <은수 좋은 날>이었다. 역시 이영애, 김영광, 박용우라는 캐스팅과 송현욱 감독을 투입하는 승부수였고, 소재도 지금껏 KBS 드라마에서는 좀체 시도되지 않았던 마약 가방을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기였다. 최고 시청률 5.1%로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넷플릭스의 마약 소재 시리즈들을 토종으로 해석한 어설픈 지점들이 있었다. 가족드라마와 마약 스릴러를 엮어 놓았달까.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설프게 느껴질 수 있고, KBS 다운 가족드라마를 좋아하는 고정 시청층에게는 마약이라는 소재가 과하다 여겨질 수 있었다. 성공했다 말하기 어려운 시도였다.

KBS 드라마 '은수 좋은 날'
KBS 드라마 '은수 좋은 날'

어찌 보면 <트웰브>나 <은수 좋은 날>은 KBS가 자신들의 고정된 색깔을 벗어버리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인 면이 있다. 어딘가 가족적인 이야기가 KBS 드라마의 색깔이라는 그 틀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겠다는 몸부림. 시도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러려면 좀 더 확실한 완성도를 가진 장르물의 대본과 연출이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을 내놨어야 했다. 아쉽게도 두 작품은 최근 OTT로 한껏 눈높이가 놓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새로 시작한 <마지막 썸머>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이 작품은 OTT적인 색깔보다 오히려 KBS, 아니 지상파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찾아보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이재욱과 최성은 같은 캐스팅도 적절해 보이고, 소재도 파탄면이라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어른들이 지은 땅콩집으로 단단히 엮어진 백도하(이재욱)와 송하경(최성은)의 애증으로 얽힌 로맨스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KBS 드라마 '마지막 썸머'
KBS 드라마 '마지막 썸머'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집이라는 소재는 두 사람의 애증 가득한 관계 속에서 이들의 감정이 그 공간을 통해 표현되는 장점을 드러낸다. 아픈 상처들이 남겨져 있는 그 집을 떠나고픈 하경과 그 집에서 하경과 보냈던 추억을 지켜 내려는 백도하의 갈등이 벌어지지만,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기게 되자 목숨을 걸고 지하실로 들어가 중요한 옛 추억이 담긴 상자를 끝내 꺼내오는 하경의 모습에서 이들 사이에 벌어졌던 비밀스런 과거사와 앞으로 이어질 로맨스가 기대된다.

요즘 OTT의 등장으로 지상파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제작비 상승도 문제지만, OTT가 불러온 다양한 장르물들이 지상파 드라마들을 어딘가 촌스러운 느낌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KBS는 토일드라마를 통해 그간 사라졌던 미니시리즈를 부활시키고 거기에 현 시대에 어울리는 장르물들을 트렌디하게 시도하려 하고 있다. 너무나 이해되는 행보지만 그렇다고 <트웰브>나 <은수 좋은 날> 같은 함량 미달의 어설픈 흉내로는 이런 시도들이 먹혀들기 어렵다.

KBS 드라마 '마지막 썸머'
KBS 드라마 '마지막 썸머'

그래서 <마지막 썸머>의 어딘가 지상파에 익숙한 로맨스 드라마이면서도 그 강점을 오히려 부각시키려는 도전은 의미있어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이 시청률에서 그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멜로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내기는 어려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럼에도 KBS 토일드라마가 좀더 감정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데 어느 정도는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설픈 OTT 흉내보다는 이런 KBS 멜로가 더 나아 보이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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