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파비앙을 보니 우리가 보이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도대체 이 청년은 누굴까.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처음 파비앙이라는 낯선 외국인을 접한 분들이라면 이런 질문이 나올 법 하다. 잘 생긴 외모에 엄연히 국적은 프랑스인이지만 하는 행동이나 말은 영락없는 우리 모습이다.

조기축구회에서 동네 아저씨들과 하루 종일 축구를 하는 파비앙의 모습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이 보인다. 떡을 싸가서 아저씨들과 나눠먹고 게임으로 하는 조기축구 경기에 몰입해 온 몸을 날리는 오버헤드킥을 선보이지만 실패하기도 하고, 또 골을 넣고는 좋아하는 모습이 그렇다.

조기축구가 끝나고 뒷풀이가 빠질 수 없다. 뒷풀이로 간 감자탕 집에서 “이모”를 연발하고, 배추를 쌈장에 찍어 먹으며 뜨끈한 국물을 마시고 좋아하는 모습 역시 영락없는 한국사람이다.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 파비앙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기해하는 건 그의 행동에서 우리네 모습이 새삼스레 보이기 때문이다.

감기가 걸려 한의원을 찾은 파비앙이 뜸을 뜨고 침을 맞는 모습도 그렇다. 보통은 병원에 가겠지만 예전 찾았던 한의원에서 침 한 방을 맞고 안 돌아가던 목이 잘 돌아가더라는 말을 할 때도 이 사람이 프랑스 사람이 맞나 싶다. 집으로 돌아와 콩나물 대신 잘못 사온 숙주나물로 뜨끈한 콩나물국을 끓여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마시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파비앙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소주에 고춧가루를 넣고 마시는 모습이라니.



<나 혼자 산다>에 왜 파비앙이라는 외국인이 출연하게 되었는가는 명백하다. 그것이 일상을 정밀묘사하듯 정교하게 관찰해 거기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이 프로그램의 특징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처음 <나 혼자 산다>는 ‘혼자’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지만, 지금은 ‘산다’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특별하지는 않아도 의미 있는 하루하루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그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것.

김광규가 갑자기 바뀐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게 되어 다른 전셋집을 찾아나서는 것이 <나 혼자 산다>에서는 예능의 소재가 된다. 강남과 일산을 오가며 현재 전세 대란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포착해내는 건 이 프로그램만의 장점이다. 또 데프콘이 지인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들. 이것이 <나 혼자 산다>가 소재로 삼는 것들이다.

그러니 파비앙이라는 외국인의 시점은 이 평범한 일상을 다시 낯설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인 같은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예능적인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인에 대한 흔한 오해 세 가지를 얘기하는 파비앙.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이문화의 충돌과 소통은 재미를 넘어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낯선 외국인이지만 관찰카메라로 바라본 그의 일상을 통해 바로 이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힘. 이것이 <나 혼자 산다>의 매력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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