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제설삽질 20분, 요란하지 않아 더 감동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여러분 우리는 양념이에요. 열심히 일하시면 됩니다.”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 눈에 고립된 집을 찾아가 제설작업을 하던 유재석은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자메이카 특집의 보조적인 양념(?)일 뿐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너무 멤버들이 그 상황에 몰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분,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어르신들 도와드리고 가면 돼요.”

자메이카로 가지 못한 이른바 ‘번지팀’은 강원도로 가면서 여전히 불안해했다. 과거 ‘알래스카 특집’의 양념으로 번지점프대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고생만 하고 방송분량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연도 못 만들어내면 양념도 안 돼.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폭설은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려 9일 간의 폭설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길이 막혀 고립된 산간지방에는 제설 인력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도로 점점 들어가는 번지팀의 얼굴은 점점 굳어만 갔다. 차들은 눈에 쌓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고, 외딴 곳에서는 음식이나 물조차 사러 나갈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 심각한 상황에 방송분량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능적인 여유를 보여주신 건 고립된 두 집의 길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산간마을의 이장님이었다. 유재석은 박명수가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무주에서 새 프로그램 촬영이 있다며 먼저 가야할 것 같다고 했지만 박명수는 기왕에 온 김에 조금 하다 가겠다고 고집했다. 그러자 이장님이 “태도 보니까 안 가셔도 되겠는데요”라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또 정준하가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이렇게 심하게 눈 내리는 걸.”하고 말하자 이장님은 “아직까지 더 살아야지”라고 말해 그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장님 덕분에 예능적인 방송 분량이 나오긴 했지만 <무한도전> 팀들은 거의 묵묵히 일에만 집중했다. 스태프까지 동참해 삽이 부러질 정도로 제설작업에만 몰두하던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소소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천장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유재석이 지붕 위에 올라가서 물을 마시고 빈병을 던지면서 “머리로 좀 받지 여기 웃음도 없는데”라고 말하자 정준하는 갑자기 500ml 생수를 단번에 들이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유재석이 눈을 던지면 그걸 머리로 받아내는 정준하를 보며 집주인 어르신도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전체 방송 분량은 다 합쳐서 약 20여분. 과하지 않아 더 감동적이었던 제설작업이었다. 열심히 일하고도 스스로 ‘양념’일 뿐이라고 말하며 웃기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말하는 유재석의 모습에서 <무한도전>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역시 <무한도전>의 삽질에는 억지로 감동을 짜내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지 20여 분의 방송분량이었지만 그것은 지난 번지점프대의 악몽을 지워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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