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 어설픈 달리기와 유재석 땀방울, 이게 ‘무도’ 두 가지 맛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스컬이 뛰는 모습을 보았는가? 드레드락 머리를 올리니 드러나는 심상치 않은 사이즈의 얼굴, 달리기가 시작되자 그가 보여준 사지의 협응 동작은 육상선수는 가당치도 않거니와 <출발 드림팀 2>나 <아육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연예인의 운동신경이 아니었다. 공기의 저항을 가중시키는 허우적거림, 상하체의 운동에너지 전달을 단절하는 불협화음의 리듬, 햄스트링의 힘을 스스로 제어하고자 한듯 엉거주춤한 안짱다리 포즈, 즉, 종합해서 굉장히 어색한 폼으로 뒤뚱뒤뚱 뛰었고 모두가 당황할 만큼 느렸다. 그 슬로우 템포 리듬 위에서 춤추는 유니폼 사이로 언뜻언뜻 허리의 튜브가 비춰졌다. 정형돈이나 노홍철이 그랬다면 익숙한 것이지만 그 당사자가 모셔온 게스트 스컬이라서 더욱 충격이었다.

지난주 <무한도전> 자메이카 특집에 게스트로 참여한 스컬은 평소 음악적 평가의 후광과 패션 스타일, 그리고 <무한도전>에서 오랫동안 국내 최고의 레게 아티스트로 띄어주던 것과는 전혀 상반된 실체를 드러냈다. 다이빙을 할 때부터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무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 시절의 올드스쿨한 몸개그가 터져 나왔다. 그의 무신경한 운동신경이 빛을 발한 뜀박질은 무작정 자메이카에서 우사인 볼트 만나기를 밀어붙여 성공한 것처럼 전혀 계획에 없던 뜻밖의 수확이었다. 어쩌다 들켜버린 스컬의 운동신경은 최근 방영된 특집 중 가장 무한도전스런 장면을 연출했다.

이렇게 햇살 좋고 바다 좋은 카리브해에서 스컬이 <무도>초창기 버전의 웃음을 선사할 때,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길 등 나머지 멤버들은 기상 관측사상 최고의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 제설 작업에 나섰다. 스스로를 메인이 아닌 반찬이라고 칭하며 방송 분량을 메운다는 심정으로 찾아갔다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전 스태프들이 동원돼 열심히 눈을 치웠다. 이 진정성 있는 그림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들이 선사한 재미는 자메이카로 떠난 멤버들이 만든 것과 전혀 다른 성질이었다. 낄낄거리는 웃음과 함께 <무도>의 정서와 재미를 이루는 또 다른 한 축인 감동이었다. 늘 웃고 떠들지만 언제나 올바르고 의식 있는 행동을 하는 유재석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무도>에 대한 기대이기도 했다.



‘자메이카 특집’과 ‘형 어디가 특집’을 이원화한 지난 주 방송은 마치 다양한 맛의 안주나 술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샘플러 메뉴 같았다. <무도>를 이루는 두 가지 정서적 측면을 모두 맛보기로 보여준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메이카 특집은 레게먼스라는 대형 행사에 초청되어 떠난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우사인 볼트 찾기로 풀어나갔다. 커져버린 프로그램의 힘과 위상을 아예 지우고, 맨땅에서 헤딩을 했다. 초심을 찾는 팬들이 좋아할 만한 <무도>의 모습이었다. 우사인 볼트에게 공식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 SNS로 다가섰고, 현장의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학수고대하던 그를 만나서도 그냥 사진 찍는 정도로 짧게 마무리한 것은 중요한 포인트였다. 우사인 볼트를 만났다고 무언가 제안하고 호들갑을 떨며 방송에 끌어들이기보다 오히려 하나하나 밑바닥부터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재미에 방점을 둔 것이다.

<쿨러링>의 나라 자메이카를 찾은 만큼 우사인 볼트 만나기 프로젝트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도전기, 성장기로서 오랜만에 <무도> 초창기 시절의 재미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가요 시장 자체를 흔들 정도로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 가요제나, 뉴욕에서 싸이와의 합동 무대 등 사례에서 보듯 <무도>는 이미 커질 만큼 커졌다. 레게먼스에 참여하는 것을 키워서 스케일로 감동을 전하는 것보다 낮은 곳에서부터 성장하고 도전하는 스토리를 택하면서 <무도>에서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반가운 웃음을 선사한 것이다.



그런 반면 ‘형 어디가’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붙어서 영향력을 주고받는 <무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긴 시간 이어져오는 동안 <무도>는 변신을 거듭했는데 그 핵심은 박명수가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창 웃고 떠들던 버전에서 멤버들이 힘을 합쳐서 대형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웃음을 넘어선 감동과 가족애에 가까운 정서를 추구하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속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그들의 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삶에 위안으로 다가왔다. 이런 정서는 <무도>의 팬층을 하나의 가족처럼 끈끈하게 붙이는 응고제와 같았고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충성스런 시청자를 확보한 전설이 되었다.

이런 맥락이 있었기에 이번 강원도행은 단순히 연예인들이 제설작업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보는 <무도>다운 행동이라 또 감동이 있었고 역시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게임 같은 예능 요소 없이 열심히 눈을 치우던 멤버들과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것 또한 <무도>만의 정서이자 재미인 것이다.



스컬의 어설픈 달리기와 위험한 작업인 지붕 제설작업 삽질에 나선 유재석의 땀방울은 그래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전혀 다른 배경 속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이어붙였지만 하나도 튀지 않는다. 지난주 방송은 <무도>가 가진 정서와 재미의 요소를 모아서 나열한 모둠 요리였다. 지금까지 넓혀온 스펙트럼의 폭을 보여준 것 같았다. 매주 토요일 밤마다 각종 게시판이나 모임에서 이번 주 <무도>는 볼만한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차원의 논의를 벗어나야 할 듯하다. <무도>가 왜 안정적인 시청률과 지지를 받는지를 여러 측면에서 안내받는 듯했기 때문이다. 마치 신학기를 앞두고 열린 <무도>만의 오리엔테이션처럼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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