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스타3’, 썸띵 탈락과 날라리론의 불편함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팝스타3’ Top8 결정전에서 탈락한 썸띵은 왜 악동뮤지션이 되지 못했을까. 악동뮤지션처럼 자작곡이 특기였던 썸띵이지만 ‘21세기 카멜레온’이라는 새로운 곡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좀체 호평을 해주지 않았다.
양현석은 가사의 아쉬움을 들며 40대인 자신이 보기에 “노래 가사가 좀 어리다”고 ‘21세기 카멜레온’을 평가했다. 박진영은 너무 예쁜 맘을 갖고 예술성이 뛰어난 썸띵이 진심으로 좋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그걸 4분짜리 히트곡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유희열은 “이 친구들이 지금 방향성을 찾는데 길을 헤매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사실 썸띵의 ‘21세기 카멜레온’에는 심사위원들이 우려하고 안타까워하는 점들이 이미 가사로 담겨져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앨범 장래희망 칸 내 꿈은 대통령이었죠. 열세 살 까무잡잡 소년은 저 하늘색을 닮았었는데 회색빛 세상 속에서 어른이 되고. 내 꿈은 공무원 내 꿈은 회사원 점점 나의 색을 잃어가고. 나는 초록색이 좋은데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네요. 오늘도 난 나를 숨겨요. 나는 카멜레온.’
유희열 심사위원의 말처럼 이 곡은 썸띵이 음악적인 방향성을 잃고 길을 헤매는 속내와 그 이유를 담고 있었다. 자신은 초록색이 좋은데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라는 것. 그래서 자신을 카멜레온처럼 숨기게 된다는 것. 썸띵은 어쩌면 이 곡을 통해 ‘K팝스타3’라는 오디션 과정에서의 소회를 담아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이 하고픈 음악세계가 분명 있었는데 ‘K팝스타’라는 오디션을 만나고 나니 그 세계가 부정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자신은 좋다고 자작곡을 만들었는데 심사위원의 혹평을 듣게 된다면 어떻겠는가. 자작곡을 발표하는 것과 그저 가창력을 뽐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자작곡은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이야기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박진영이 극찬한 남영주가 탈락자 후보에 오르고 결국 평가단 투표에 의해 탈락된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박진영은 이전에 남영주의 무대를 보면서 이른바 ‘날라리론’을 얘기한 적이 있다. 좋은 의미로 ‘날라리’들이 (경험에서 우러난 감정표현으로) 훨씬 더 가수에 유리하다는 것.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노숙해 보이는 남영주는 유희열의 지적처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 ‘날라리론’은 이 날 배민아의 심사평에도 등장했다. 이제 16살인 배민아의 노래에 감정이 얹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박진영은 “가수는 날라리들에 유리한 직업”이라며 “착하고 공부만 하고 살았다면, 짝사랑이라도 안했다면 그런 감정으로 몰고 들어가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여기에 대해 양현석은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톱10에 올라 온 참가자들 중 배민아 양이 샘 김과 함께 가장 어리다. 16살이다. 16살에게 사랑에 대한 경험을 표현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어리다는 것과 심지어 ‘날라리’로 표현되는 경험이 많다는 것. 과연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때로는 어리다는 이유로 표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때로는 너무 노숙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도 썸띵은 이 양 극단의 표현 사이에서 음악적인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썸띵의 ‘21세기 카멜레온’은 그래서 겉으로 듣기에는 발랄하고 간간히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함이 묻어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전해주는 곡이다. 그리고 이것은 ‘K팝스타’를 치르고 있는 썸띵의 솔직한 심경일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색깔을 숨기게 되는 카멜레온 같은.
악동뮤지션이 ‘다리 꼬지 마’라고 명령어를 썼을 때도, ‘라면인건가’하며 아이 같은 순수한 이야기를 세상에 던질 때도 그 도발은 실로 유쾌했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도 기꺼이 그 도발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썸띵은 무슨 일인지 시종일관 주눅이 든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와 좋은 평가 한 마디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치 자신의 세계가 있지만 무대는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는 듯이 그들의 노래는 유쾌함보다는 우울함이 깔려 있었다.
썸띵의 탈락이 유독 아쉬운 것은 이들이 어쩌면 한 번도 이 ‘K팝스타3’라는 무대를 즐기지 못한 것 같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보다는 듣기를 원하는 음악에 맞추려 노력해 왔다는 느낌은 그래서 혹독한 심사로 치러지는 오디션 형식의 어쩔 수 없는 한계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부디 탈락한 썸띵이 온전한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다시 되찾기를 바란다. 굳이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날라리가 될 필요도 없는 그런 세계를.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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