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왜 뻔히 질 게임을 굳이 했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특집은 ‘외계인의 침공’이라는 독특한 상황설정으로 시작한다. 지구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하나씩 나와 외계인들과 대결을 벌이고 만일 외계인이 이기게 되면 지구를 그들이 접수한다는 상황이다.

황당무계해 보일 수 있는 상황극이라서 지금껏 이런 저런 상황극을 해온 <무도> MC들마저 “외계인 상황은 처음”이라며 어색해 했다. 유재석이 ‘무한상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굳이 이 상황을 설명한 것은 이 황당한 상황극을 하는 자신들의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을 드러낸다.

이들이 벌인다는 대결 종목은 더 황당하다. 자전거 느리게 몰기, 매운 맛 참기, 인간 탑 쌓고 빨리 이동하기, 탁구신동과의 대결, 이상화 선수와 스피드 스케이팅 등등. 이 대결들은 결국 지구 대표로 나온 지구특공대(?)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을 맺었다.

사실 그들을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 아무리 절반만을 달리는 대결이라고 해도 어찌 세계 1위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 선수를 이기겠는가. 또 각 종목(?)에서 기록을 갖고 있는 이들과의 대결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이들의 대결이란 사실상 외계인 분장을 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질 것을 이미 상정하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뻔히 질 게임을 <무한도전>은 굳이 한 것일까. 그것이 하나의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이번 외계인 상황극은 대결 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사실은 대결하는 지구인 대표들을 게스트로 출연시켜 그 ‘대단함’을 소개하는 것이 더 큰 목적처럼 보인다.

어린 탁구 신동과의 대결이나 이상화 선수와의 대결은 그 속사정이 잘 드러난다. 탁구 신동에게 불리한 특수하게 제작된 탁구대에서도 정교한 실력으로 <무도> 멤버들을 굴복시키는 장면은 사실상 어떻게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느냐에 더 포인트가 맞춰진 느낌을 주었다. 즉 이것이 하나의 대결 상황극이며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웃기게 지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무한도전> 멤버들보다 두 배를 더 달린 이상화 선수와의 대결에서 마지막 피니시 라인의 접전은 의외의 긴장감을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 주자로 달린 유재석이 막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려 할 때 뒤에서 치고 나온 이상화 선수가 스케이트 날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간발의 승리를 거둔 것.

물론 이 상황극 설정의 게스트 초청 방식은 기존 <무한도전>에서도 늘 있어왔던 것들이다. 김연아 선수가 나와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쳐주고 직접 <무한도전> 멤버들이 시연하면서 엎어지고 망가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뽑아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구를 지켜라’라는 콘셉트로 아예 외계인 설정의 상황극을 바탕에 깔아놓은 것은 같은 게스트 초청 방식이라도 조금은 다르게 만들어내려는 <무한도전>의 노력이 숨어있다. 어떻게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느냐가 더 중요한 상황극. 그를 통해 웃음을 만들고 또 자연스럽게 게스트를 소개하는 시간이 가능해진 것. 이번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특집은 대결에 있어서 지는 것도 하나의 괜찮은 콘셉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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