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2’ 여행을 버려두는 건 지금 문제도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1월 말 MBC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말이 많았다. 일부 출연자의 캐스팅을 놓고 반감이 일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랑했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적적함도 컸다. 어쨌거나 제작진은 계획대로 진행했고, 다른 육아예능과 차별화되는 아빠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관찰하는 <아빠 어디가>의 핵심 요소를 부각했다. 아빠와의 여행을 거듭하며 아이들이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엉뚱하게, 그러면서 놀랄 만큼 부쩍 커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결과는 좋지 못하다. <아빠 어디가>의 핵심 전략이자 원천 기술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서 꼴찌로 추락하기도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먼저 프로그램 자체의 질적 하락은 없었다. 시즌2는 시즌1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전시하는 게 아니라 아빠와의 대화, 아이들 간의 대화라는 ‘관계’를 부각한다. 다른 육아 예능과는 차별화한 <아빠 어디가>만의 정공법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이미 익숙해진 여행이란 방식이 식상하게 느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바로 이점을 경계해서 서둘러 출연진 교체를 감행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난국은 <아빠 어디가> 성공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육아예능의 성공 자체가 계획된 것이 아니었듯이 예측하고 전략을 세워서 어떻게 해볼 여지도 한정적이란 뜻이다. 그렇게 신경 쓰고 고심해서 캐스팅한 출연진들이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시즌2의 문제는 윤후가 시즌1에서 남겼던 임팩트를 계승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이란 그 자체가 귀엽고 사랑스런 존재이지만 방송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예능감은 또 다른 문제다. 보통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장난꾸러기의 귀여움이 아니라,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의젓하고 성숙해서 기특하고 놀라운 그런 특별함이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은 ‘어른과 아이의 대화’가 핵심이기에 이 부분은 더욱 절대적이다.

그런데 시즌2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란 점을 빼면 아직 방송을 소화할 적응력이나 성숙도가 부족해 보인다. 이는 곧 캐릭터 구축의 실패로 드러났다. 게다가 육아 예능에서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른바 캐스팅해서 출발하면 손볼 수 없는 낙장불입이다.
이는 곧 이야기의 단조로움으로 돌아왔다. 이젠 맏형 역을 맡을 만큼 부쩍 커버린 윤후의 빈자리가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 시즌처럼 지아를 짝사랑한 윤후, 뭇 남성을 홀린 지아, 철없는 아빠의 아들이자 상남자 준수 등과 같이 혼자서든 콤비로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분 조합도 사라졌다. 울보 민국의 성장기, 어색한 부자관계의 전형과도 같았던 성동일과 성준이 가까워지는 이야기 같은 두드러지는 성장 스토리도 실종됐다. 그러니 나올 수 있는 그림이 뻔해졌다. 가장 믿었던 시즌1의 슈퍼서브 민율이는 슈퍼서브와 에이스의 역할은 확실히 무게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어리다보니 산만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재미를 보조해야 할 아빠들의 예능감과 조합의 질도 현격히 떨어진다. 장난꾸러기 아빠 이종혁과 친구 같은 아빠 윤민수처럼 확실한 캐릭터를 갖춘 아빠도 없고, 송종국과 김성주, 김성주와 성동일 간의 뚜렷한 관계망을 형성하지도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에너지나 이야기 모두 말라가는 중이다.

자신들이 개발한 포맷에 자신감이 충만했던 제작진도 눈치를 채고 진단을 마쳤다. 황급히 지난 시즌 아이들에게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 준수는 본 방송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등장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본방송보다 준수가 등장한 10여분이 훨씬 더 많이 회자되었고, 오랜만에 만난 준수에게 반가움을 열렬히 표했다. 다음 주도 지아와 지욱이가 있는 송종국 축구 교실을 찾을 예정이라고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출구전략은 결국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준비한 새 학기 건강프로젝트 ‘튼튼캠프’는 좋은 시도다.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박승희, 조혜리 선수를 만나는 재미도 있었고 빙판 위에 처음 올라선 아이들의 귀여운 몸 개그가 원 없이 터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을 위한 문진표 작성부터 운동을 배우면서 드러나는 아이들의 개성과 성격을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자꾸 넘어지면서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아이들의 기특한 모습에 애정이 생겼다. 아이들과 친밀해질 수만 있다면 여행을 떠난다는 기본 콘셉트를 잠시 버려두는 건 지금 문제도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아빠 어디가>는 늘 새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야광은 어둠에서만 빛을 발하듯 이 새로움도 1시간 30분 동안 시청자를 잡아놓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빛나는 것이다. 안정환을 끄집어 낼 수도 있고 반가운 송종국네 식구들을 만날 수 있는 튼튼캠프는 제작진이 적절한 상황 판단 하에 준비한 훌륭한 기획이다. 그런 만큼 무조건 반등을 이뤄내야 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배수의 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약효가 듣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얻어걸릴 때까지 방향을 바꾸든지, 마지막 수를 쓰든지 해야 한다. 시청자들은 원래 잘 기다려주지 않는 데다, <일밤-아빠 어디가>는 기다린다고 해결되는 성질의 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