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신구가 100억 주고픈 참 좋은 짐꾼 이서진?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의 신구와 이서진은 각각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14일>과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출연 중이다. 이들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모습과 <꽃보다 할배>에서 보이는 모습은 확실히 다르다.

<신의 선물 14일>에서 신구가 맡은 추병우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다. 대단한 자산가지만 무슨 일인지 기동찬(조승우)을 다짜고짜 찾아와 “착한 일을 하면 100억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인물. <참 좋은 시절>에서의 이서진은 성공해 15년 만에 귀향한 강동석 검사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에서 신구와 이서진의 진솔한 면모를 본 이들이라면 이들의 드라마에서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이서진은 조금은 감정을 내놓지 않고 숨기고 매사에 흐트러짐이 없는 검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모습은 <꽃보다 할배>에서 봤던 그 사람 좋고 심지어 허당기까지 있어보이던 ‘신이 내린 짐꾼’ 서지니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연기자로서 역할에 맞게 변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이러한 이미지의 충돌 때문에 연기자의 예능 출연이 금기시된 적도 있었지만 요즘처럼 연기가 실제가 아니라 배역에 대한 몰입이라는 것이 대중들에게 공감되는 시대에 이런 생각 자체가 촌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 연기자가 하나의 이미지를 갖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만큼 다양한 얼굴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에서 신구와 이서진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없어선 안 될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이다. 신구는 구야형 같은 사람 좋고 형 동생 챙기는 따뜻한 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위기에 처할 때는 욱하는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는 모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스페인편에서는 신구의 이 양면적 모습이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숙소를 찾는 과정에 등장해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서진은 ‘신이 내린 짐꾼’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이 조금은 모험적인 성격을 만들어내는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에 안정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웃음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의 기 싸움과 대립은 나영석 PD 예능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상대가 어르신들인 만큼 나영석 PD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중간지대에 놓인 이서진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영석 PD가 이서진을 압박하는 것은 그래서 출연자들과의 기 싸움이지만 동시에 이서진이 보여주는 리액션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서진의 대처능력이다. 제작진에게는 깡패(?) 같이 대립하면서 동시에 어르신들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공손해지는 존재. 이서진이라는 완충지대는 그래서 이 <꽃보다 할배>라는 특별한 여행의 핵심적인 재미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꽃보다 할배> 나영석 PD가 이서진이나 신구에 대해 갖는 고마움은 그들이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자막을 통한 우회적인 언급에서 드러난다. 위풍당당하게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는 이서진의 모습에 ‘참 좋은 짐꾼 서진의 복귀’라는 자막을 붙이거나, 이서진이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신구의 말풍선으로 ‘서지니한테 백억 줘야겠다’는 자막을 붙이는 것으로 <꽃보다 할배>는 이서진이 출연하는 <참 좋은 시절>과 신구가 출연하는 <신의 선물 14일>을 우회적으로 거론해 주는 센스를 보였다.

예능이 리얼화되면서 출연자들의 출연작이 자연스럽게 예능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분명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이 예능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실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리얼리티를 강화해주는 동시에, 그들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기도 하는 홍보효과도 주기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은 자막 몇 줄만으로도 출연자들을 배려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해주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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