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죽만 때리는 ‘아빠 어디가2’, 무엇이 문제일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안정환과 송종국의 대결. MBC 주말예능 <일밤-아빠 어디가 시즌2>가 이번 주 관전 포인트로 내세운 아이템이다. 과거 2002년 월드컵의 주역들이 축구장에서 기 싸움과 대결을 벌인다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인 것만은 분명하다. 안정환이 결정적 순간에 골든 골을 넣었던 대표적인 공격수였고 송종국은 공격까지 가능했던 대표적 수비수였다는 점도 흥미로울 수 있다.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하지만 이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라면 몰라도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에는 그다지 효과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오로지 한 주의 피로를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날려주는 아이들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물론 안정환의 아들 리환이와 송종국의 아들 지욱이 아빠들을 대신해서 벌이는 축구대결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 날 프로그램에서 유독 주목한 것은 아이들보다는 월드컵 축구스타들인 아빠들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과거 국제경기에서 송종국이 패스한 골을 안정환이 받아 골로 연결시키고 이 장면을 중계하던 김성주 아나운서가 환호하는 장면이 지금 현재 아빠가 된 이들의 모습과 연결되는 장면에서는 이 날의 아이템에 대한 제작진의 야심찬(?) 의도가 엿보인다. 앞구르기를 하고 뒷구르기를 하거나 한 발로 단계적으로 장애물을 뛰어넘고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발로 톡톡 차는 일종의 테스트 장면에서도 아이들보다 주목된 건 아빠들이었다.
또 아이들과 아빠들이 함께 축구 경기를 벌이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승부욕을 보이며 아이들 사이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송종국과 안정환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고 대신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또 아이템이 축구여서인지 아이들 중에서도 지욱과 리환이가 돋보였고 성격 좋고 붙임성 좋은 찬형이 지아와 잠깐 노는 장면이 주목되었을 뿐, 다른 아이들의 존재감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특히 김진표와 규원이는 방송 분량이 거의 없었다.

시즌2의 성격으로 출연진들이 대거 교체된 지 이미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시즌1 만큼의 화제성이나 아이들에 대한 주목도가 생기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번 축구 아이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즌1과 달리 아이들 캐릭터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주에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박승희, 조해리의 출연이 그다지 효과가 없었던 이유도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길 원하는 아이들에 대한 집중이 오히려 초대형 게스트에 의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조금씩 하락하고 화제성도 조금씩 식어가면서 <아빠 어디가>의 선택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즌1의 아이들을 다시 한 명씩 방송으로 끌어내 과거에 기대보려 하지만 이것 역시 시즌2로 새롭게 구성된 아이들에 대한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새로 아이들을 구성했다면 누가 뭐라든 그 아이들에게 주목해야 하고 그 아이들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 아이들이 아닌 아빠들 분량이 많아지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본말을 전도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빠들은 확실히 상황이 주어지면 그 상황을 살려내는 능력이 아이들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 시즌2>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만들어진 웃음’이 아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그런 웃음이 바로 <아빠 어디가>가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진짜 이유가 아닐까.
주말 예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단 몇 퍼센트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청률 순위 싸움이 매주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몇 퍼센트 차이의 시청률 순위 싸움은 사실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 여전히 초심을 지키고 있고 또 그 매력에 대한 호감도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전히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돌발적인 행동으로 좌중을 압도시키는 성빈이나, 엉뚱한 발언으로 아이 특유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민율이, 또 솔직한 상남자의 서글서글함을 보여주는 찬형이나, 아빠를 닮아 승부사 기질에 속 깊은 모습까지 보여주는 리환이 그리고 여전히 수줍지만 때때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규원이까지. <아빠 어디가 시즌2>는 좀 더 이 아이들에게 천착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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