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썰전’·‘뜨거운 네모’, 이런 떡밥 방송 괜찮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1박2일>의 끝없는 복불복 게임, 시청자도 지친다.” “52분에서 100분 방송으로 늘렸는데 촬영은 여전히 1박2일 간이다. 2박3일이나 3박4일로 늘려야 되는 거 아니냐.” JTBC <썰전>에서 지상파 3사의 방송시간 고무줄 편성을 주제로 하며 나온 박지윤과 강용석의 멘트다.
방송 비평이라는 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가끔은 평범한 얘기처럼 꺼내놓은 것들이 민감해질 때가 있다. 결국 이건 기자나 비평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건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1박2일>이 재밌어졌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이런 디스에 가까운 멘트는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포인트를 기자들이 놓칠 리도 없다. 당연하게도 전체 내용이 아니라 그 멘트 한 부분만을 콕 집어서 기사로 나오면 여지없이 거기에 대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전형적인 떡밥 방송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거 기사로 나오겠는데.”라고 방송 중에 MC가 얘기하는 건 그 떡밥이 그만큼 확실하다는 얘기다. 방송으로서는 화제가 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떡밥 방송의 문제는 이런 떡밥에만 집중시켜 사실상 그 방송의 진짜 내용을 가린다는 점이다. 이 방송의 핵심은 지상파 3사의 고무줄 편성전쟁이다. <1박2일>의 복불복이 아니고.

JTBC에서 새롭게 시작한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에서 함익병은 대표적인 ‘떡밥’이다. 화병을 주제로 얘기하다가 갑자기 이경규는 <백년손님 자기야>에서 잘린 이야기를 슬쩍 밀어 넣는다. 그것 때문에 “화병이 생기지는 않았느냐”는 것. 함익병이 당황한 듯 우물쭈물할 때 옆자리에 앉은 최유라가 한 마디 거든다. “시청률 떨어지니 좋다고 그랬잖아요.”
결국 함익병은 “사람 마음이 그렇더라”고 토로한다. 그러자 이 부분만 떼어져 ‘함익병 <자기야> 하차 뒤에 시청률 떨어지니 기분 좋았다’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간다. 물론 이 기사 제목이 주는 뉘앙스와 실제 방송의 느낌은 다르다. 즉 실제 방송은 함익병이 그저 사석에서 농담처럼 나온 이야기를 주변 MC들이 억지로 부추겨 꺼내놓은 것이지만 기사 내용만 보면 마치 함익병이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비춰진다.
기사 내용이 담고 있는 뉘앙스만이라면 함익병은 ‘후안무치’에 ‘적반하장’의 인물이 된다. 자신이 하차한 뒤 시청률 떨어져 기분 좋았다는 말 속에는 자신 때문에 그 프로그램 시청률이 좋았다는 식의 이야기도 들어있고, 또 자신이 잘려 시청률도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하지만 <자기야>의 시청자라면 거꾸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함익병이란 인물을 스타로 발굴했던 것이고, 그가 문제를 일으켜 그 악영향으로 <자기야> 시청률도 떨어졌다고.
역시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에서도 떡밥 방송의 폐해가 드러난다. 결국 이날 방송의 주제는 ‘한국인의 화병’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주제는 곁다리가 되어버리고 대신 함익병의 발언만 주목된다. 당연히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이 뭐 하는 프로그램인지에 대한 것도 애매해진다. 함익병의 발언만 계속 기사화되고 그것이 너무 뜨겁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뜨겁지 않은데 함익병만 뜨거운 상황이다.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다보니 어떻게든 화제가 되려는 이른바 ‘떡밥 방송’이 생겨난다. 그렇게라도 화제가 되어 프로그램 유입을 늘려보려는 심산이다. 하지만 ‘떡밥 방송’은 화제가 된다고 해도 그것이 떡밥에만 머물 가능성이 높다. 효과보다는 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논란은 자칫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