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방인’·‘너포위’, 소문난 잔치라 실망감 더 컸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드라마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각각 중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상속자들>의 이민호는 중국인들이 선망하는 스타가 되었고, <별그대> 열풍은 중국 문화계의 반성으로까지 이어졌으며 김수현은 슈퍼 히어로급 스타가 되었다. 이어진 <쓰리데이즈>와 <신의 선물 14일>은 보기 드문 본격 장르물로 호평을 얻었다. 멜로 없이 몰아친 이 스릴러 드라마는 드라마업계에서는 참신하면서도 성공적인 실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SBS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월화 드라마 <닥터 이방인>과 수목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먼저 캐스팅에서 화제가 됐다. <닥터 이방인>의 이종석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배우. 의학드라마의 주인공이면서 남북 간에 걸쳐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그의 순애보가 다뤄진다는 점에서 이종석 캐스팅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역시 마찬가지. MBC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 캐릭터로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차승원에다, tvN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이란 캐릭터로 주목받은 고아라, 게다가 노래면 노래, 예능이면 예능, 연기면 연기 모두를 잘 소화해내며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승기가 합류했다. 이 정도면 캐스팅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감이 과도했던 것일까. 막상 시작한 드라마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닥터 이방인>은 의학드라마에 정치드라마, 멜로 게다가 남북이 대치하는 첩보물의 성격까지 한 작품으로 끌어안으려는 복합장르의 야심을 보였지만 그것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나친 극화는 리얼리티를 떨어뜨렸고 마치 만화 같은 인상을 만들었다. 야심에 비해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역시 형사물에 청춘 멜로를 섞어 그들의 성장담을 담아내겠다는 의도와 달리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어수선함으로 모호한 정체성을 드러냈다. 액션과 코미디와 청춘 멜로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그 균형과 조화를 잘 맞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선 한 가지 메인 장르를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장르들이 오히려 혼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이미 배우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드라마 속 배역의 이미지가 충동하고 있다. 차승원에게서는 여전히 <최고의 사랑> 독고진의 아우라가 어른거리고, 고아라에게서는 <응답하라 1994> 성나정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승기는 복수심을 가진 인물이지만 때때로 뜬금없는 셜록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으로 그 정체성이 모호해져 버렸다. 확실한 메인 스토리가 등장하고 메인 장르가 설정되지 않으면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 어려운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이것은 SBS 드라마가 그간 세워놓은 기대감이 여타의 것들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생겨난 실망감일 수 있다. 완성도는 조금 떨어져도 이러한 시도 자체는 여전히 드라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뢰만큼 거기에 부응하는 완성도 역시 부응할 때야만 그 신뢰 역시 굳건해질 것이다. 이제 첫발을 내딛었을 뿐인 드라마들이다. 지금이라도 재정비를 한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 늦지 않았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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