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이앵글’의 추락, 진부한 기획 드라마의 한계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끝없이 추락한다. 첫 회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로 시작했던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은 4회 7.4%로 뚝 떨어진 후 5회에도 7.3%로 동시간대 최하위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트라이앵글>의 추락을 전하는 관련 기사들 제목을 보면 비슷한 특징이 있다. 극중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재중의 ‘열연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가 붙는 것이다.
이런 단서가 붙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그나마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국내외에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김재중의 존재감 덕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이미 지난 달 일본, 중국, 태국 등에 총 700만 달러에 달하는 선 판매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그것이 김재중의 ‘이름값’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재중의 팬덤이 두터운 것과 드라마의 성취가 같을 수는 없다. <트라이앵글>은 소재적으로나 완성도 면에서나 진부한 기획 드라마의 한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어떤 사건에 의해 헤어졌던 삼 형제가 훗날 형사, 건달, 재벌 후계자로 다시 만나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전형적이고 올드한 느낌마저 준다.
형제애에 대한 이야기가 복수극의 틀 안에서 벌어질 것이고, 그 안에서 돈과 성공 그리고 사랑에 대한 욕망이 때로는 빗나간 형제들 간의 대결로도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형제애의 틀 안에서 화해될 것이지만. 틀에 박힌 옛 드라마의 전개방식은 요즘처럼 다양한 장르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KBS에서 종영한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는 이런 구식 스타일의 이야기 전개가 이제는 먹히지 않는 걸 보여준 바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에 있어서 도박이라는 소재는 부수적으로 들어갈 때는 조미료 역할을 해줄지 몰라도 본격적으로 다뤄질 때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타짜>를 들 수 있다. 허영만 원작의 <타짜>는 영화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도박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데 있어서 드라마는 넘지 못하는 선이 있기 때문이다.

도박이라는 소재는 그 특성상 중독의 수준으로 깊게 다뤄질 때 몰입감을 줄 수밖에 없다. 영화 <타짜>에서처럼 ‘기술을 쓰다가 손목이 잘린다’는 그 살벌한 긴장감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트라이앵글>이 다루는 카지노 카드 도박은 그런 면에서는 그 심도가 너무 약하다. 자칫 카드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다루는 도박의 세계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이것은 제작자와 시청자 사이에 간극을 만들어낸다. 제작자들은 재미있다고 여기는데 정작 시청자들은 그걸 느끼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감정조절 장애를 겪는 형사 장동수(이범수)나 카지노 주변을 서성대며 카드대회의 꿈을 갖고 살아가는 허영달(김재중), 그리고 부유하지만 어딘지 바람기도 있어 보이는 재벌2세 윤양하(임시완). 이 세 명의 캐릭터도 너무 표피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그 성격이 드라마의 이야기 흐름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 결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장동수의 감정조절 장애 설정은 그것이 이야기에 어떤 의미나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또 카지노 건달이 세계적인 카드대회의 꿈을 꾼다는 것도 현실적인지 의문이 생긴다.
김재중이 가진 팬덤은 분명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자산이다. 또한 김재중이 드라마 속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을 보여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스토리가 과연 그 노력을 제대로 받쳐주고 있을까. 팬덤이 가진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을까. 또한 김재중 자신 역시 노력만큼 충분히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을까. 가수로서 아이돌로서 가진 존재감과,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트라이앵글>의 추락은 전형적인 기획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준다. 확고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사전 제작비를 확보하고, 최완규와 유철용 콤비를 통해 가장 많이 다뤄왔던 도박과 카지노의 이야기를 적당히 풀어낸 느낌이랄까. 하지만 팬덤만으로 드라마가 완성도를 갖고 호평을 얻기는 어렵다. 김재중 혼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