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축구 좋아하는 남자들이 외면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무한도전><라디오스타><썰전><아빠 어디가> 이런 프로그램들에 꾸준한 애정을 갖는 건 새로웠기 때문이다. 아무도 하지 않은 도전을 해서 잘 해쳐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늘 주목하게 만든다. <정글의 법칙><런닝맨><1박2일> 등의 프로그램은 자주 언급되진 않지만 앉아서 막상 보면 볼만하다. 별 이슈가 없어도 그들만의 재밌는 세계를 구축해서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법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이 두 가지 유형의 장점을 함께 갖추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비록 5%내외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스포츠와 예능의 결합한 예는 많다. 몇 해 전 같은 방송사에서 스포츠 예능을 주말에 편성한 적도 있었다. DJ DOC멤버들과 그 지인들이 주축이 된 <천하무적 야구단>. <공포의 외인구단>을 모티브로 사회인 야구를 통해 성장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당시 불었던 야구 열풍과 함께 스포츠에 대해는 진지한 자세와 열정은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 열정과 성장이 정점에 이르자 삼라만상의 섭리가 그렇듯 내리막을 걸었다.

그에 비해 <우리동네 예체능>은 조금 더 지속가능하고 가벼운 차원의 스토리다. 사회체육을 체험하고 보급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어서 여러 종목을 경험하고 시청자들에게 알린다. 성장 스토리의 드라마틱함을 간소화하고 그 주기를 짧게 만든다. 묵직한 한방을 잃는 대신 성장스토리의 생명력을 연장한다. 새로운 종목을 도전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스포츠의 매력을 소개하고 동기부여를 한다. 농구 편에서 나온 짜릿한 승부는 예능이 가져야 할 재미의 주요 요소였다.

그런데 <예체능>은 스포츠 본연의 재미를 기다리는 대신 ‘감동코드’와 ‘예능 논리’로 무리하게 전환하면서 낙하산 떼고 자유낙하 중이다. 태권도 편에서 바로 곤두박질친 다음 월드컵을 맞이해 사회인 스포츠의 가장 큰 카드, 축구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20일 방송 후 나온 시청률 조사를 보면 축구 경기를 소재로 한 이날 <우리 동네 예체능>은 축구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40대 여성 시청률이 6.6%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농구편을 통해 스스로 어렵게 증명한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사실을 다시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예체능>에는 스포츠물의 드라마가 없다. 더 심각하게 스포츠의 재미, 스포츠를 사람들이 왜 즐기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보인다. 스포츠에 진지하게 다가가면서 자연스레 예능적 요소들을 얻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와 예능적 요소를 따로 보고 구축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스포츠의 특성은 물론, 즐기는 사람들의 습성을 간과한 설정들이 쏟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 축구단의 이덕화를 감독으로 국가대표 레전드 이영표를 코치로 불러와 스포츠와 예능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발상이다. 최인선 감독과 우지원 코치를 지도자로 모셔왔던 농구편이 교훈이 되지 못한 모양이다. 그 결과 이영표의 포지션이 애매해지면서 그가 예능에 출연한다는 이슈의 강도도 최소화되는 중이다. 시청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선진 축구(프로들이 일반인에게 전수해주는 축구의 여러 요소들)를 엿보리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월드컵이란 호재에다 축구라는 인기 스포츠를 다루면서 축구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망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측면에서든 준비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주 보여준 친선 경기는 당연히 수준 낮은 경기일 수밖에 없지만 중계 스킬 또한 낮아서 경기의 흐름을 읽고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유럽 축구를 생중계로 보는 요즘 시청자들에게 ‘센터링’이라는 일본식 조어를 자막으로 내보낼 정도로 축구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거나 축구를 다룬다는 것에 사전 조사와 고민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그 대신 리플레이와 자막과 음악을 활용한 감동코드에 공들인다. 그런데 긴장을 유발하는 예능 장치가 너무 과해서 축구경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말았다.



구자명의 사고로 많은 촬영분량을 잃어서일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기다려줘야 하는 성장 스토리를 건너뛰는 듯한 인상이다. 성장스토리는 원래 발진하는 로켓과 같다. 초반에 가속도를 붙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소중한 시간을 그냥 날려 보냈다. 이번 주 방송에서 아무도 부각되지 못했고, 강호동부터 조우종까지 멤버들의 캐릭터는 아무도 드러나지 않았다. 정형돈이 투입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게스트로 출연한 멤버들보다도 보이지 않았다. 캐릭터 부각의 실패는 축구를 다룸에도 <예체능>이 이슈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다.

현대 남자들이 가장 많이 훈수를 두는 분야는 단연 축구다. 묵직한 남자 기성용이 ‘답답하면 니가 뛰던지’라는 발언이 나온 것은 축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의 밀도와 정도와 강도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이영표와 정형돈을 투입하고도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건 스포츠가 주는 재미의 핵심이 성장과 승부의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인건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마든 수정이 가능한 좋은 시기다. 그런데 씨앗이 보여야 한다.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 더 선을 당겨서 공격적인 호흡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월드컵까지 한 달. 시청자의 관심을 지금 끌어올리지 못하면 기회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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