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증명한 향후 10년을 이끌 예능전설 ‘무도’

[엔터미디어=정덕현] 혹자는 예능 프로그램 한 편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내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MBC <무한도전> 선거 특집은 기존에 해왔던 투표 형식의 예능 소재와는 사뭇 달랐다. ‘미남이시네요’ 같은 투표 소재가 <무한도전> 특유의 장난스런 순위 게임에 머물렀다면 이번 선거 특집은 진짜 선거를 방불케 하는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현실감을 주었다.

그래서 실제로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무한도전>을 지지하는 팬들이 만들어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풍경이 낯설면서도 신기하고 놀랍게 여겨지는 건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가상의 놀이가 가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무한도전>의 제작진과 멤버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무한도전> 제 7의 멤버인 시청자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리 추산된 바에 의하면 최소 5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생각보다 많은 투표 인원에 놀라면서 “애정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번 선거 특집에 이토록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냈던 것일까. 그것은 <무한도전> 특유의 현실 공감과 풍자가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간 선거에서 보여졌던 선심성 공약 남발이나 상대 후보 비방, 공약은 없고 감성이나 의리, 관계에만 호소하는 선거운동, 행동과 말이 표리부동한 거짓말만 일삼는 등의 갖가지 행태들을 예능판으로 끌고 와 거침없는 풍자를 시도했던 것.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리더십 부재의 현실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있는 대중들에게 이러한 풍자는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정치에 대한 염증은 자칫 이번 6.4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시의적절한 선거 특집은 지방선거에 대한 투표를 독려하면서 관심을 오히려 집중시키게 하는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예능이 현실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잘 보여준 것이다.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거가 가능했던 것은 지난 9년 간 <무한도전>의 끝없는 도전으로 쌓여진 대중들과의 신뢰 덕분이다. 또한 그 신뢰는 그저 예능이 예능의 오락에만 머물지 않고 늘 현실과 공감하는 어떤 지점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원순 시장이 직접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고, 정관용 시사평론가가 TV토론에 사회자로 기꺼이 출연한 데는 그런 현실 공감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

결국 이번 <무한도전> 선거 특집에 보인 투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거꾸로 말하면 그간 이 프로그램이 중단 없이 해온 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사와 신뢰의 표시이기도 하다.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가 누가 되든 무슨 상관이랴. 이미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는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예능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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