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탄생’, 시즌2를 위한 숙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연변에서 온 백청강이 '위대한 탄생' 최종 우승자로 결정됐다.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파이널 무대가 치러지기 전부터 몇몇 언론들은 심지어 백청강이 우승자가 될 거라는 전제하에 기사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된 결과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은 그다지 긍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미 당일의 무대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인기투표에 의한 결과가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를 가름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지막 날까지 심사위원 점수는 당락과는 거꾸로 흘러갔다. 이태권이 총점 28.3점을, 백청강이 총점 27.6점을 기록했고 또 무대에 있어서도 이태권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이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것은 '위대한 탄생'이 안게 된 가장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당일의 라이브가 주는 의외의 변수들이 결과에 작용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 즉시성이 갖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인기투표로 흐른 투표시스템의 허점 때문에 당일의 무대가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인기투표가 된 '위대한 탄생'은 거의 결정된 순번대로 탈락하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었다.

이 긴장감 없는 무대에서 경쟁자들의 성장과정은 드러나기가 어렵다. 멘토제를 지향하면서 사실 '위대한 탄생'이 가장 차별성으로 주력했던 것이 경쟁자들의 성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연 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났는지는 의문이다. 경쟁자들의 준비과정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 따라서 멘토링도 몇몇 대사 정도로 처리되었다는 점, 무엇보다 순번대로 탈락하는 무대에서 사라져버린 긴장감이 경쟁자들을 최고치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이 이들의 성장과정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



무대의 긴장감을 저해한 또 하나의 요인은 심사위원의 권위가 사라졌다는 데 있다. 이것은 멘토와 심사위원을 같은 자리에 앉힌 시스템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심사위원으로서의 발언마저 멘토로서의 발언과 겹쳐지게 되었고, 그들이 주는 점수조차 심사위원이 아니라 멘토로서 의도된 것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이른바 심사위원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면 오히려 떨어지고, 심사위원으로부터 혹평을 받으면 붙는 역행은 이 부조리한 시스템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허점이 많은 시스템으로 인해 가능성 있는 경쟁자들이 초반부에 일찌감치 탈락해버리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던 것이다. 신승훈은 인터뷰를 통해 "초반 탈락자 중 실력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경쟁자들의 가능성 있는 모습을 충분히 사전에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어쨌든 '위대한 탄생'의 시즌1은 백청강의 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제 곧 시즌2가 준비된다. 하지만 최종결과에서조차 아무런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 '위대한 탄생'에 남은 숙제는 너무나 많다. 멘토제와 심사위원제의 분리, 당일의 무대결과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 방송의 생리를 잘 아는 자질 있는 멘토의 발굴, 인물들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의 배치, 매번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난이도가 높아지는 미션의 기획 등등. 그 많은 숙제들이 해결될 때, '위대한 탄생' 시즌2는 의미를 갖지 않을까. 그래야 적어도 최종승리자가 거둔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백청강처럼 별 감흥 없이 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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