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성준·윤후, 길을 가는데 정답이 어디 있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주말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에 오랜만에 준이가 반가운 얼굴을 보여줬다. 아빠의 도움을 받지 않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서울역까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미션에서 찬형이와 빈이를 버스로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기 위해 준이가 나섰던 것.

절대 대오 이탈을 용납하지 않는 뚝심 있는 성선비 준이의 듬직한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모래놀이에 빠져있는 찬형과 빈이를 눈빛으로 제압해 나란히 앉게 만드는 모습은 오빠로서의 책임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빈이에게 준이는 감기 걸려서 안 된다며 찬형에게도 사주면 안 된다는 다짐을 받기도 했다.

또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빈이를 위해 한 매장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찾아주었고 볼일을 보고 나온 빈이가 멜빵바지를 입기 힘들어하자 도와주기도 했다. 버스가 오지 않자 당황하지 않고 제대로 된 버스 정류장까지 찾아가고 지하철까지 바래다준 후 걱정되는 듯 끝까지 동생들을 바라보는 준이의 모습에서는 한껏 똑똑하고 의젓하게 자란 오빠의 면면이 느껴졌다. 물론 아이들은 준이의 통제(?)를 벗어나자 곧장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자유(?)를 만끽했지만.

한편 리환이와 함께 길을 나선 윤후는 준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걱정되는 아빠 윤민수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아 어떻게 가야하는지 잘 몰랐지만 윤후에게는 특유의 친화력이 있었다. 모르면 물어보라는 아빠의 말대로 윤후는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행선지까지 가는 지, 또 거기서 내리면 되는지를 꼭 챙겨 물어보았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이제 가는 길을 다 알았다며 먼저 가겟집을 찾아 과자를 사는 모습은 천상 아이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1+1이라는 걸 발견하고 과자를 두 개나 챙겨 사는 윤후에게서는 걱정 따위는 접어놓고 유유자적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서울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꼼꼼히 물어보면서도 여유 있게 과자를 먹으며 리환이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사랑꾼 윤후의 길 찾기는 여러모로 준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서울에서의 길 찾기는 사실 시골에서 올라온 분들이 느끼듯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이제 7,8세의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모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VJ가 동반하고 이미 길거리에만 나가도 그 아이들을 모르는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는 꽤 안전하게 시도된 미션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체험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 작은 모험은 <아빠 어디가>의 한 회를 채울 만큼 충분한 재미를 준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 건 준이와 윤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길을 찾아가는 모습에서도 아이들마다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준이가 논리적이고 똑 부러지는 책임감 투철한 성선비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윤후는 조금은 헐렁해도 여유 있고 그 순간을 즐기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길을 가는데 정답이 어디 있을까. 비록 가는 방법은 달라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마찬가지다.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 앞에 놓인 무수하고도 다양한 가능성의 길들을 새삼 보여주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