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의 추락, 과연 이범수·김재중의 잘못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의 시청률이 끝없이 추락해 6.3%까지 떨어졌다. 시작을 동시간대 1위 시청률로 시작해 한때 9.6%까지 찍었던 드라마가 이렇게 순식간에 몰락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결국 불똥은 연기자들에게까지 튀고 있다. 김재중이 팬덤은 있지만 주연급은 아니라는 지적에 이어, 꽤 오랜 연기공력을 갖고 있는 이범수의 연기에 대한 혹평까지 쏟아진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사실 2회까지의 시청률을 이끈 일등공신은 그나마 김재중과 이범수 그리고 임시완 같은 배우들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배우들이 그간 보여주었던 기대감이 초반 드라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 해외까지 탄탄한 김재중의 팬덤은 특히 이 드라마의 초반 화제몰이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변호인>에서 괜찮은 연기 몰입을 보여주었던 임시완까지 있으니 드라마가 주목되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제 아무리 팬덤과 연기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도 작품이 그걸 받쳐주지 못하면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걸 <트라이앵글>은 보여줬다. 벌거벗고 뛰고 구덩이에 내던져져 흙세례를 받는 등 김재중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는 지리멸렬한 스토리 때문에 그저 일회적인 시선 끌기에 그쳐버렸고, 윤양하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귀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형적인 재벌2세의 모습도 아닌 애매모호한 설정은 임시완의 연기를 어정쩡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범수에게서 <자이언트>의 강모가 떠오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것은 과거의 역할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 아니라 <트라이앵글>이 그런 클리쉐적인 캐릭터를 반복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분노조절장애라는 설정이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붙었던 ‘버럭 범수’처럼 보이게 만든 건 이범수의 연기력 부족이라기보다는 개성적인 매력이 보이지 않는 작품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오정희 역할을 맡고 있는 백진희 역시 그렇게 두드러진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그녀가 <기황후>의 타나실리라는 캐릭터로 새삼 주목받았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상황이다. 즉 캐릭터를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연기자들의 모습도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흔히들 착각하는 것이 연기력이 고스란히 연기자들의 몫이라고만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기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제대로 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을 때다. 물론 연기자는 작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이를 먼저 확인하기 때문에 그것 역시 연기자들의 몫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최완규 작가에 유철용 PD 같은 쟁쟁한 이름값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작품이라면 오히려 작가와 PD에 대한 신뢰로 작품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트라이앵글>처럼 때로는 그 이름값을 발휘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연기자들은 곤혹스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트라이앵글>의 사례는 드라마에서 대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주는 것이다. 매력 없는 스토리는 자칫 연기자들까지 논란에 휘말리게 만든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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