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어차피 월드컵보다 짜릿할 순 없다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게 월드컵 시즌은 겉보기에는 마치 특수를 맞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축구를 소재로 하면서 이 프로그램에는 월드컵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축구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기도 했다. 월드컵 스타팀과 벌인 대결에서는 유상철, 최태욱, 김병지, 이천수 등이 출전해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우리동네 예체능>팀은 브라질로 직접 날아가 브라질 여자 국가대표팀과의 일전을 보여줄 예정이다. 대결이전에 예체능팀과 브라질 여자 국가대표팀과의 만남에서는 훈훈한 분위기속에서도 서로의 기량을 살짝 드러내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초특급 스포츠 스타들의 출연과 브라질 현지에서 보여주는 로케이션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주에 비해 <우리동네 예체능>은 1.6%포인트 하락한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가장 큰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사실 축구는 국민스포츠라고 부를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을 주목시키는 종목이다. 하지만 그것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가 벌어질 때 생겨났던 관심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관심이 국내 프로축구의 열기로 좀 더 확산되지 못했던 건 축구라는 종목이 프로야구와는 달리 국가대항전이라는 포인트에 너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대중들에게 축구에 대한 기대치는 월드컵 같은 국가 대항전 정도를 봐야 만족되는 상황이다. 그러니 <우리동네 예체능>이 보여주는 축구 경기는 마치 동네 조기 축구 같은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이영표 같은 월드컵 스타가 함께 뛰고 있어도 김흥국이나 이덕화 같은 인물들이 뛰는 모습은 영락없는 조기축구의 모습이다.

이런 점은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버라이어티가 갖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사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능가할 수 있는 예능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보다 그냥 축구 경기가 더 박진감 넘치고 재밌다는 사실이다.

<우리동네 예체능> 입장으로서는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문제다. 따라서 축구를 소재로 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것은 예능의 효과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스포츠가 예능에서 주목을 받는 상황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종목일 경우다. 탁구든 배드민턴이든 볼링이든 올림픽이 끝나면 열기가 사라져버리는 종목은 그래서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오히려 더 적합하다.

축구가 시의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우리동네 예체능>만이 보여줄 수 있는 축구의 새로운 면들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단지 경기만을 반복하고 몇 골을 누가 넣고 먹었는가에 집중하기보다는 월드컵 축구 경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축구의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편이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월드컵 경기 그 자체의 재미를 넘어서는 예능 프로그램은 있을 수 없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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