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배낭 하나만으로도 지루할 틈 없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배낭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백패킹 여행은 하나의 잘 만들어진 우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등에 20킬로에 달하는 배낭 하나씩을 짊어지고 오르는 산행. 떠나기 전 출연자들이 사재기한 음식과 물건들은 우리네 삶에서 누구나 갖기 마련인 더 많은 것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고, 그걸 짊어지고 오르는 산행은 가진 것만큼 힘겨울 수밖에 없는 삶의 이중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도한 의욕을 보이다 넘어져 상처를 꿰매려 병원 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데프콘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매사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데프콘이 당한 이 사고는 지난 회 ‘당신의 이미지는 안녕하십니까’에서 만들어진 ‘근심돼지’라는 캐릭터의 이면을 잘 보여준다. 즉 의욕이 많을수록 근심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의욕은 나쁜 건 아니지만 때론 과욕으로 이어져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망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 산행은 그것이 혼자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오르는 산행이니만큼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 또한 더해졌다. 각각의 물건들도 있지만 공동의 물건들, 이를테면 텐트 같은 것들은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서로 무거운 짐을 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복불복은 <1박2일>만의 특유의 웃음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네 사회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공동을 위해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지는 이들도 있다는 것.
깔딱고개 앞에서 벌어진 유호진 PD의 ‘마지막 유혹’은 그 결정판이었다. 단 몇 분이면 오르는 깔딱고개를 30분이나 걸릴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호진 PD에 속아 멤버들은 자신이 짊어지고 올라온 짐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 데프콘의 배낭을 지게 된 김준호는 다 버리고 고기만 챙긴 후 비닐과 신문지를 대신 집어넣어 눈속임을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텐트마저 버렸을 거라 여겼던 김종민은 그러나 공동의 물품만은 챙기는 모습으로 반전을 주었다.

이 장면에서 역시 백미는 맏형 김주혁이었다. 그는 단호하게 짐을 하나도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동생들이 버려도 자신은 챙겨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간 ‘구탱이형’으로 모자란 듯 웃음을 주던 김주혁이지만 역시 형으로서의 든든함이 묻어나는 순간이다. 형제애가 물씬 풍기는 이 장면은 <1박2일>이 복불복에서 서로를 배신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어딘지 따뜻한 정서를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방송의 측면에서 산을 오르는 것만큼 단순한 것도 없을 것이다. 진짜 산행이라면 그 다리에 전해지는 고통과 함께 동시에 가끔씩 등장하는 절경 앞에서 피곤함을 날려버리는 그 체험이 주는 강렬함이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 찍히는 장면으로 보면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1박2일>은 복불복이라는 적절한 장치를 활용하면서 이미 구축된 캐릭터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끌어 모아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무거운 배낭이라는 설정 하나가 주는 다채로운 이야기의 향연. <1박2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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