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와 ‘예체능’,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줬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이영표를 도와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영표가 <우리동네 예체능>을 도와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동네 예체능>이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축구를 소재로 하고 이영표와 조우종을 게스트로 참여시켰던 것은 다분히 KBS 월드컵 중계를 사이드에서 지원하겠다는 목적이 컸다.

MBC에서 안정환을 섭외하고 <아빠 어디가> 등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어필해온 것도 어찌 보면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위한 사전포석의 의미가 컸을 것이다. 그러니 이영표를 전면에 내세운 KBS가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그의 이미지를 캐릭터화 하려 시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영표가 ‘갓영표’니 ‘표스트라다무스’니 하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세간에 주목을 받은 건 <우리동네 예체능>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월드컵 중계에 집중해 분석하고 준비해온 노력이 방송에서 빛을 발하면서 생겨난 일이다.

이렇게 되자 상황이 역전됐다. 애초에 <우리동네 예체능>이 이영표를 사전 지원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이영표 출연으로 오히려 도움을 받는 형국이 된 것.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한 이영표는 그의 예측이 단순한 예언이 아닌 끝없는 준비의 소산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노트에는 스스로 우리 팀과 상대 팀을 분석한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져 있었다.

이영표가 해설을 하며 보여준 그 뒷얘기도 흥미진진했다. 조우종 아나운서가 중계 중에 안타까움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드러내자 이영표가 그것을 자제시키며 차분한 해설을 유도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준비된 해설자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또 해설의 깊이 면에서 차범근 해설위원의 해설이 최고라고 밝히는 이영표에게서는 겸손과 예의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쏠린 이영표의 출연과 그 뒷얘기를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 예체능>의 시청률은 4.3%(닐슨 코리아)까지 뚝 떨어졌다. 이것은 브라질 월드컵 이전보다도 못한 수치다.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특집이 <우리동네 예체능>에는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미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국과 러시아전의 응원전이 여러 차례 다뤄진 바 있기 때문에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과 알제리전은 그 참패에 대한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 이 장면을 다시 예능을 통해 확인한다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물론 중간에 브라질팀과 풋살경기를 보여줬지만, 월드컵 장면이 나오는 소재에서 아마추어적인 풋살경기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결국 이영표가 나왔던 분량이 <우리동네 예체능> 브라질 월드컵 특집에서는 가장 주목되는 장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영표의 등장에도 뚝 떨어진 시청률의 하락은 그 관심을 이 프로그램만의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능과 월드컵의 만남이 늘 시너지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동네 예체능>은 보여줬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