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도’, 몰카로 점철된 월드컵 아쉬움 큰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무한도전> 브라질 월드컵 특집은 애초부터 공감대가 크지 않았다. 제 아무리 브라질 월드컵이라고 해도 <무한도전>이 브라질까지 날아갈 정도로 우리 사회 현실이 녹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가 여전한 상황이었다. 월드컵 시즌에 모든 방송사와 프로그램들이 브라질을 향하고 있었어도 <무한도전>만큼은 꿋꿋이 국내를 지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한도전> 입장에서는 응원전을 오래 전부터 준비했기 때문에 월드컵 시즌에 응원을 소재로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도 나도 브라질로 가 응원을 소재로 예능을 꾸리는 상황에 <무한도전> 역시 같은 선택을 했다는 건 팬들로서도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다.
브라질 월드컵 특집에서 <무한도전>만의 특별함은 무엇이었을까. 브라질까지 갔지만 프로그램 내용은 몰래카메라의 연속에 관광 콘셉트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정일우와 손예진이 다투는 몰래카메라에 이어, 현지에서 벌어진 악어농장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악어고기로 만든 튀김 몰래카메라, 정일우와 손예진이 스스로 짜낸 연인 몰래카메라 등등.
몰래카메라가 이처럼 많이 나오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웃음이나 재미 포인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덕 위에 있는 예수상에 누가 오를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복볼복도 마찬가지다. 예수상 앞까지 가긴 했지만 거기서 한 것이라곤 사진을 찍는 일 뿐이었다. 짧게 만들어진 삼바 춤 배우기도 급조한 느낌이 강했고, 그렇게 배운 삼바 춤으로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춤을 추는 미션도 결국 박명수의 상황극으로 마무리 될 만큼 자연스런 장면을 만들진 못했다.
몰래카메라에 관광과 상황극. 이런 정도의 아이템을 하려고 브라질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이렇게 된 데는 알제리전의 참패로 축구장에서의 응원전 분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참패한 알제리전을 복기한다는 건 그 자체로 즐거울 리 없는 방송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알제리전의 응원전은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 15분 정도로 축소되었고 실제 응원모습은 채 10분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채워졌다. 계속 되는 알제리의 골인에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 결국 눈물을 터트리는 바로의 장면은 그래서 이 기나긴 브라질 월드컵 특집이 보여준 최고의 장면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목이 터져라 응원을 멈추지 않는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진정성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열정보다 중요한 것이 준비라는 걸 보여준 알제리전이 그러하듯이 <무한도전> 브라질 월드컵 특집도 출연자들의 열정에도 미흡한 준비로 그만한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무한도전>은 <무한도전>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기 때문에 지금의 열광적인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들 도전을 흉내 낼 때, 덥석 진짜 도전에 뛰어들었고, 예능이 웃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할 때,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으며 그 의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특집은 그런 <무한도전>만의 색깔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선거 특집’으로 상승세를 탔던 <무한도전>은 그래서 월드컵 특집으로 다시 스타트라인에 서게 되었다. 여러모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 특집이 아닐 수 없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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