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진과 김설진, ‘댄싱9’ 월드클래스의 위엄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어 나 닭살 돋았어!” <댄싱9> 마스터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자주 쏟아져 나온다. 박지우 마스터는 닭살 돋은 팔뚝을 종종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입증하기 위함이다. 이민우 마스터는 최수진과 손병헌의 커플 미션 무대를 보고나서 “닭이 되는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마도 이건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월드클래스라는 말이 허명이 아니라는 걸 최수진은 보여주었다. 올인 미션에서 상대방과의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커트라인 아웃’을 당한 최수진이었지만, 재심사를 혼자 통과한 후 손병현과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른 커플미션에서 그녀는 월드클래스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소품으로 사용한 긴 천으로 최수진의 눈을 가리는 강렬한 퍼포먼스로 시작한 무대는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마저 느끼게 했다. 마스터들은 연실 감탄사를 날렸다. 특히 마치 허공에 떠있는 듯한, 그리고 시간이 멈춰진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최수진의 테크닉은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보여짐으로써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이어졌다.
레드윙즈 팀의 마스터들을 닭으로(?) 만든 무대가 최수진과 손병현의 무대였다면, 블라아이 팀 마스터를 닭살 돋게 한 무대는 김설진, 김경민의 남남커플이 보여준 춤이었다. 남녀가 아닌 남남 커플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무대였지만, 이들은 여자를 떠나보내는 한 남자의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틀에 박힌 남녀 이야기를 넘어섰다.
나란히 겹쳐져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은 그러나 갑자기 김설진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마치 김경민의 그림자 같은 모습이 연출되더니 두 개의 감정으로 나뉘어지는 연기를 펼쳐 보였다. 특히 김설진의 섬세하고 독특한 표현력은 마스터들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무대가 끝나자 마스터들은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몸의 언어로 승부하기 때문일까. <댄싱9>의 닭살 돋는 무대가 주는 감흥은 마치 몸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소통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 같은 통상적인 감정들도 몸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그 감흥은 배가 된다. 말이 할 수 없는 느낌들이 손끝 하나와 얼굴 표정 하나로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최수진과 김설진 같은 월드클래스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버지가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진 무대를 서로 손을 엇갈려 맞잡은 상태로 표현해 보여준 김경일-전나래의 무대가 그렇고, 여자 바텐더에 첫눈에 반한 남자를 표현하기 위해 깜짝 뽀뽀 퍼포먼스를 선보인 신규상-김진희의 무대도 그렇다. 거기에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그들의 진정성이 몸의 언어로 드러난다.
이것은 <댄싱9>이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지점이다. 몸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그 느낌도 몸으로 전해지는 이 진짜 소통의 즐거움. 그것은 말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이들의 무대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소름 돋는 느낌. <댄싱9>이 아니라면 그 어떤 오디션에서도 느끼기 힘든 체험일 것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net]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