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어디가’, 다른 육아예능과는 차원이 다른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다시금 시골로 떠난 여행, 아이들의 익숙한 모습이 반가웠다. 아빠들의 브라질 출장으로 인해 잠시 단절됐던 다함께 여행이 다시 시작되자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소리가 온 동네를 가득 메웠다.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충남 홍성군 문당 마을에 모인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다녔을 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웠다.
부모와 떨어져 아이들끼리 모였을 때 아이들은 달라진다. MBC 주말예능 <일밤-아빠 어디가>에 세윤이가 들어오면서 달라진 변화가 바로 이 지점이다. 아이들끼리 시장을 보러 가고, 새참을 가지러 다니는 아이들의 세상에는 놀라움과 웃음이 함께 한다. 커가는 모습과 부쩍 커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랑스러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시장을 보러갈 때나 새참을 가지러 갈 때나 한 눈 팔지 않고 잘 동생들을 살피는 리더십, 아이들 중 유일하게 아버지의 새참을 챙기는 세윤이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아이가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 어떤 여자 연예인보다도 미혼남성들의 결혼하고픈 마음을 부추긴다. 새참 갖고 오는 도중 아빠들 몰래 비빔국수와 감자 등을 탐하는 민율이와 빈이는 영락없는 아이의 순수함으로 웃음 짓게 했다. 특히 쉴 틈 없이 국수를 한 가닥씩 뽑아먹는 민율이는 조커로 등장해 프로그램을 접수했던 시즌1의 귀염둥이로 돌아갔다.
윤후는 큰형이자 에이스로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새참으로 주전자에 받아온 우유를 한번 찍어먹더니 괜히 새참 메뉴가 뭔지 확인하자는 핑계로 아이들을 선동해서 배달 중에 음식을 털어먹는 ‘애’인 동시에 민율이와 찬형이가 새참을 나르다 쏟았을 때는 동생들을 다그치지 않고 다독거리며 수습을 하려고 애쓰는 어른스런 기특함을 선보였다.

특히 겁쟁이 리환이는 아빠와 있을 때와 아이들끼리 있을 때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아빠 앞에선 등목도 못할 정도로 끝도 없는 겁쟁이지만 아빠 없이 친구들과 장을 보러갈 때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서 척척 해냈고, 한 살 어린 민율이 앞에서 깨알 같이 형 노릇을 하려고 애썼다. 아빠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지만 아빠 팬이라서 서비스 준다는 시장 상인의 말에 ‘뻥쟁이’라고 믿지 못한 건 덤이었다.
난생 처음 본 무시무시한 뻥튀기 기계 앞에서 무서워 도망간 동생 민율이와 새로운 것을 보고 신난 누나 세윤 사이에서도 리환이는 그저 포기가 빠른 울보가 아니었다. 사실 속으로 몹시 겁났음이 분명하지만 아빠 손 붙잡고 있을 때와는 달랐다. 동생 민율이 앞에서 형 노릇도 해야 하고 뻥튀기 기계는 무섭고, 그 내적 갈등을 겪는 것 자체가 아빠와 함께할 때와는 다른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견디고 견디다 민율이 챙기는 척하며 줄행랑을 치고, 무서워서가 아니라 시끄러워서라고 굳이 이런저런 변명을 덧붙여 놓고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함께 도망갔던 민율이와 호방하게 뻥튀기 먹기 대결을 펼쳤다. 놀이동산 울보는 여기 없었다.
이처럼 <아빠 어디가>는 부모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다른 육아예능과 차원이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서 사회화 과정을 밟는 아이들의 모습을 붙잡아낸다. 아직 애기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 표현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등 부모와 함께할 때와는 또 다른 대견하면서도 신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서 웃음도 나오고 훈훈해지는 좋은 에너지도 나온다.

그래서 요즘 같이 신선한 것만 찾는 시대에도 때로는 구관이 명관이다. 요즘 송일국이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뜨겁다. 송일국이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도 궁금한 데다 세쌍둥이도 이슈가 될 만큼 진귀하고 판사 며느리 혹은 부인에 대한 관심은 특정 계층 시청자들에게 매우 높다.
반면 다시금 뭉친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익숙한 반가움이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재미는 비단 부모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육아의 공감대에 초점을 맞춘 다른 육아예능과 달리 아이들의 세계에 푹 빠져서 지켜보는 재미는 시청자들을 동심의 세계로 초대 한다. <아빠 어디가>가 다른 육아예능에 비해 연령이 높지만 가장 순수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송일국에 비해 아빠들의 활약이 잠잠했지만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기분만 좋으면 나오는 ‘안정환, 안정환, 국가대표 안정환’ 구호를 외치는 순수한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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