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의 진가를 보여준 박봄 마약논란 토크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봐줬냐 안 봐줬냐요? 봐줬어요. 입건유예는 봐준 거예요.” 박봄의 마약밀수입 논란에서 입건유예가 된 것에 대해 그토록 많은 추정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에 비하면 강용석의 한 마디는 너무나 심플해 심지어 허탈감마저 느끼게 했다. 강용석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투로 “처벌을 해야 하는 사건인데 사건화 자체를 안했으니까 당연히 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정도는 검사장 수준에서도 봐주기 힘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JTBC <썰전>이 박봄 논란을 다룬다고 했을 때 사실 이 정도까지 나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강용석이 “봐줬다”고 단호하게 말하자 질문을 던졌던 박지윤 아나운서가 오히려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사실 박봄 논란에 대해 속 시원한 팩트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해도 대중들은 대부분 그 정황을 이해하고 있다. 다만 무슨 일인지 언론에서도 그다지 이 논란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는 분위기라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뿐이다.

따라서 YG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검열을 하고 있다고 여길 정도다. 이 정도 사안이고 그것도 마약 관련 사건이라면 방송3사나 거의 모든 언론에서 심층보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사실 <썰전>이 박봄 논란을 다룬 이야기나 강용석의 단호한 “봐줬다”는 말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썰전>이 이런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꺼내놨다는 사실은 이상하게 쉬쉬하고 있는 언론들 사이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아마도 팩트를 알고 있지만 쓰지 못하는 기자들이나 눈치를 보게 되는 언론사 데스크들은 박봄 논란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김희철은 4년 전 술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눴던 이야기를 통해 들려줬다. 곧 “YG에서 뭔가 터질 것”이라고 얘기가 나왔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결국 사실을 알고 있고 또 기자가 그것을 쓰려고 해도 편집해버리면 아무 것도 나올 수 없는 현실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다만 언론의 문제만이 아니다. SBS <룸메이트>가 박봄 논란이 터진 후에도 여전히 박봄 분량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방송 역시 YG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해준다. 통편집을 한다면 그 자체로 박봄 논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제작진의 입장은 사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그 많은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국 제작진은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대처일 수밖에 없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 불편해진 존재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건 제작진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그런 입장에서 봐도 <썰전>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이 알고 싶은 것들을 스스럼없이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강용석의 박봄 논란 토크가 이토록 주목된다는 것은 우리의 언론의 허약한 실체를 말해주기도 한다. 언론이 변죽만 울릴 때 강용석은 직설화법으로 왜 자신이 <썰전>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확실하게 증명한 셈이다. 반드시 대단한 사실을 파헤쳐야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할 말을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썰전>과 강용석은 보여줬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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