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고가 돼버린 ‘무도’ 열대야 특집에 상반된 반응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지난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콕 특집’은 기대 이상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방콕으로 떠날 것처럼 공항에 모여 짐까지 부쳤지만 사실은 ‘방에서 콕’ 박혀 방콕 관광을 흉내 내는 상황극이었던 것. 결국 방 한 칸, 옥상 한 켠에서 온전히 한 회 분량의 방송이 찍혀졌지만 그 기발함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방콕특집’을 통해 해외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능적인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마치 <무한도전>은 도전해 보여줬던 면이 있다. 그러니 작은 아이들용 물놀이 세트를 워터파크라고 부르며 출연자들끼리 놀아도 충분히 시청자들을 공감시키는 부분이 있었다. 또 스노클링이라며 수족관 하나를 갖다 놓고 얼굴을 물 속에 집어넣어 입으로 낙지와 문어를 잡는 미션도 의외의 ‘스펙타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열대야 특집’은 ‘방콕특집’의 2탄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 멀리 떠나지 못하고 열대야에 지친 시청자들을 위해 오히려 밤새도록 더위를 잊게 해주는 ‘땀 뻘뻘’ 도전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는 류승수에게 유재석은 굳이 점퍼를 가져와 입히고 담요를 덮어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하지만 GOD의 ‘냉동연예인(과거 모습 그대로 깨어난 듯한)’ 박준형이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갑자기 복고로 흘러갔다. 90년대 즐겨듣던 음악들에 맞춰 마치 나이트클럽에 온 듯한 분위기로 춤을 추고 <목표달성 토요일>과 <느낌표>를 얘기하며 당시 스튜디오에서 많이 했던 게임들이 이어졌다. 여기에 정준하의 연락으로 합류한 김원준은 프로그램의 방향을 완전히 복고로 틀어놓았다. 옛 느낌 나는 춤에 청청 패션까지. 출연자들은 90년대 복고로 빠져들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계속되는 이 밤샘 게임들에 출연자들은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홍진영은 밝아오는 아침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복고를 즐기는 모습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뉠 수밖에 없다. GOD와 김원준으로 대변되는 90년대 복고가 그리운 시청자들이라면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주 같은 어떤 미션 수행을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갑자기 방향이 틀어져버린 ‘열대야 특집’이 무색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이나 제작진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저들끼리 놀면서 돈 번다’는 얘기지만 ‘열대야 특집’ 같은 경우에는 어떤 미션이나 도전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올 만하다. 그들이 실제로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최소한 ‘열대야’라는 콘셉트에 조금이라도 천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진 이 특집은 ‘방콕 특집’의 연장선으로서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미션이 되지 않았을까.
흔히들 꿀잼(꿀 재미)과 노잼(노 재미)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들 말한다. 즉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열대야 특집’은 그래서 이를 복고 특집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에게는 괜찮은 꿀잼으로 다가왔을지 몰라도 본래 ‘열대야’에 대한 도전이나 미션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노잼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주는 <군도 : 민란의 시대>를 패러디한 <무도> ‘폭염의 시대’가 방영된다고 한다. 벌써부터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 특집이 꿀잼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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