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와의 동침’ 김구라마저 당황하며 고전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07년 MBC는 <무한도전>과 <황금어장> 등의 새로운 기획과 에너지로 우리나라 예능의 지형을 바꿨다. 그리고 그 이후 이렇다 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 못하며 점점 침체일로를 걸었다. 그러다 다다른 2014년. 공중파 3사 부진 속에서 신성 JTBC가 홀로 불쑥 튀어나와 새로운 도약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2007년 MBC와 2014년 JTBC, 이 둘의 공통된 전략은 신선함이다.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콘셉트의 획기적인 전환이 승부수다. 그동안 축적된 성공 공식과 노하우 대신 보다 근원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렇게 그간 금기시되었거나 보지 못했던 정서를 가진 예능으로 MBC는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장악했고, JTBC는 이제 열어가는 중이다. 또 한 가지 둘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 당시 MBC 예능국을 이끌던 여운혁 PD는 현재 JTBC 예능을 이끌고 있다.

JTBC 예능의 기본 전략은 어쩔 수 없이 틈새시장 공략으로 집중된다. 그중 한 가지가 <무한도전>이외에 전무하다고 할 수 있는 토요예능 입성이다. JTBC의 주말편성표를 보면 대표 예능인 금요일 밤 <마녀사냥>부터 화력을 집중해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이 끝나는 시점부터 <보스와의 동침><학교 다녀오겠습니다><히든싱어3>을 클린업트리오처럼 연속 편성했다. 아직 시작단계라 파괴력은 미비하지만 마치 서건창부터 김민성까지 이어지는 넥센 히어로즈의 피할 곳 없는 타선을 보는 듯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라인업에 올라간 프로그램들은 단 한 편도 예외 없이 다른 방송에서는 본 적이 없는 신선한 기획으로 출발한 프로그램들이라는 점이다. 아류작이 난무하고, 그 시청률에 도취되는 공중파 방송사들이 꼭 참고했으면 하는 대목이다. 대세는 그렇게 쉽게 잡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토요예능의 포문을 여는 <보스와의 동침>은 기획의 신선함에 비해 내용이 따라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게스트 쇼라는 기획의도 하에 김구라, 데프콘, 황광희 등의 예능 선수들이 ‘대한민국 상위 1%의 리더’와 1박 2일을 보낸다는 게 큰 골격이다. 포부가 큰 만큼 첫 게스트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섭외해 오픈 행사도 크게 열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첫째 게스트인 리더의 존재감, 둘째 리더와 시청자와의 소통 두 가지다. 시대적인 요구에 발맞춘 기획으로 요즘 유행하는 강연열풍을 예능버전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불고 있는 강연열풍의 기저는 학구열보단 불안 심리다. 우리 사회가 워낙 어렵고 말이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다보니, 뭔가 확신을 갖기 힘들고 도태의 두려움 때문에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를 한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는 항상 시장이 들어선다. 수많은 성공학 강사와 셀럽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쳐야 잘 산다고 하고, 청춘들에게는 아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성공은 간절히 원하지만 좀 적당히 아프고 싶고, 미치는 건 좀 자신이 없다(여기서 성공의 기준은 남들이 봤을 때다). 여기서 나약함은 한 번 더 빛을 발한다. 스스로 개척하고 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성공한 사람이 제시하는 길과 방법과 지식을 전달받는 편에 점점 기대게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성공과 자기계발 강연은 자기 신념을 갖기 힘든 시기의 위로 겸, 길이 있음을 확인받는 일종의 의례다.

<보스와의 동침>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예능의 툴을 활용해 강연보다도 쉽게 1% 리더의 성공 비결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 당연히 못 보던 모습,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기본이다. 박원순 시장과 김구라의 귀 싸움, 간지럼 참기 등의 유치한 게임도 하고,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도 들어본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 적나라한 반응도 듣고, 시정과 행사 일정에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스펙으로 결혼한 거 같다는 짙은 농과 6.4 지방 선거 관련 이야기부터 다음 대선 출마 여부까지 토크의 주제로 올린다. 생활 속에서, 1박 2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겹겹이 겹쳐 듣는 말 속에서 박 시장의 성공 비결을 엿본다. 그 결과 현실을 탓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라는 성공 비결을 도출해냈다.



문제는 글로 간단하게 정리를 해서 그렇지 2주간 방송으로 본 내용은 어수선했다. 장소를 여러 차례 옮겼을 뿐 기존 토크쇼와 다른 점이 없었다. 오히려 예능에서 품기 힘든 게스트를 모셔오다 보니 방송이라는 그릇에 오롯이 담을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당황하고 고전하는 김구라가 그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독설이든 돌직구든, 특종이든, 방송이란 그릇 안에 들어올 때 가능한 것인데, 방송 한 회를 위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거나 정몽준 의원을 깔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빤하게 내가 이렇게 성공했다고 묻고 답할 수도 없는 판국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이야기가 성공으로 모이지 않으면서 무엇을 위해 함께하는지 방송을 보는 내내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현실의 고민을 발판으로 삼은 <보스와의 동침>은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기에 어려운 기획이다. 성공에 이르는 길을 웃음 속에 넣어 알려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게 과연 성공에 이르는 길일지, 예능에서 본적 없는 1% 리더와 가까워지는 것인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다양한 장치(예를 들어 관찰형 다큐나 몰카 등등)가 들어오지 않고 토크로만 이뤄진다면 기획의 신선함이 시청자들에게 도달하긴 힘들 듯하다.

JTBC의 생동하는 에너지는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 다음 패러다임의 핵심이 될 새로우면서, 생활밀착형 예능이 탄생하길 기다리는 마음에 <보스와의 동침> 또한 예능으로서 성공의 길에 닿을 수 있도록 변화를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