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토크쇼 ‘나는 남자다’, 시청률 왜 안 나올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유재석의 새로운 토크쇼 KBS <나는 남자다>가 정규편성된 후 2회째를 맞았다. 첫 회 시청률이 5.2%(닐슨 코리아)로 파일럿 시청률보다 높아 기대되는 점이 있었지만 2회에 4.2%로 하락했다. 유재석이 메인 MC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나오는 이야기가 ‘유재석도 토크쇼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재석이니까 그나마 이 정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나는 남자다>의 시청률은 과연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우선 시청률이 추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토크쇼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중 예능이 시청률 6%대로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이 지상파의 변함없는 연예인 토크쇼 고수다. 리얼리티쇼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 요즘 스튜디오에서 말로 이뤄지는 토크쇼는 진정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남자다>는 ‘쇼 토크’를 지향하고 있고 실제로 기존 토크쇼와는 다른 지점들이 많지만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다 만나면 또 다른 토크쇼처럼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또 한 원인은 이 시간대에 편성된 <정글의 법칙>이 워낙 강력한 볼거리를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상 그 어떤 걸 가져와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정글의 야생에서 온몸으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번듯한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일단 강도에서부터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외부적인 조건들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나는 남자다>가 갖고 있는 내적인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토크쇼는 그 어떤 토크쇼들보다 ‘공감대’를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강하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남자들만으로 이뤄진 방청객이라는 구성은 이 공감대를 가능하게 만든다. 상남자 스타일인 장동민이 무슨 말을 해도 빵빵 터지고, 허경환이 무슨 말을 해도 야유가 쏟아지며, 권오중은 거침없는 음란 토크로 유재석의 사전검열을 받는 상황은 이 방청객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음치 특집’으로 꾸며진 토크에서도 이 공감대는 여지없이 힘을 발휘했다. 노래를 못해 노래방에서도 잘 부르지 않는 이들이 방송에 나와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건, 거기 모두 똑같은 고민을 가진 음치들, 그것도 남자들만 모였다는 점이다. 토크쇼 MC들이 저마다 먼저 노래를 불러 자신도 그리 잘 부르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건 이 스튜디오에 있는 남자들이 하나로 공감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방식이다.

이렇게 비슷한 처지를 공유하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서 이야기는 훨씬 더 거침없어지고, 거기에 대해 나오는 반응도 즉각적인 박수갈채와 야유로 나뉠 만큼 직설적이다. 이것은 기존 토크쇼들이 갖는 작위적인 느낌과 어딘지 약한 인상을 상당부분 제거해낼 수 있는 이 토크쇼만의 장점이다.

유재석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시청률은 고민이지만 그렇다고 시청률만 보고 갈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야기의 골자였다. 중요한 건 이 토크쇼가 20회 시즌제를 아예 못 박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안에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면 시즌2가 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남자다>는 많은 장점을 가진 진화된 토크쇼지만 그래도 여전히 토크쇼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18회가 남았다. 그 동안 “역시 유재석”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나는 남자다>가 진화할 수 있을까. 그 한정된 횟수만큼 기대와 궁금증도 커지는 프로그램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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