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송가연 홍보 논란에도 비난할 수 없는 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주말예능 <일요일이 좋다 - 룸메이트>가 이례적으로 송가연의 이야기 하나만으로 온전히 한 회 분량을 채웠다. 이미 지난주에 치러진 경기지만, 로드FC 데뷔전을 치르는 그녀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그녀를 지켜보는 <룸메이트> 가족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그것은 1회 TKO승이라는 경기 결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그 일련의 과정들이라는 걸 보여줬다.

제주도를 찾아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한라산을 새로운 가족이 된 <룸메이트>의 조세호, 이동욱과 함께 오르며 입 밖에 내놓지 않았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왜 그토록 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며 살아왔는가가 드러났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낸 딸은 그래서 자신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보다도 더 어렵다는 지옥 같은 계체량을 통과하기 위해 먹은 것도 없이 잔뜩 껴입고는 발등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쉬지 않고 뛰고 주먹을 내뻗는 송가연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말로도 전해질 수 없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저렇게 눈빛이 흐려질 정도로 흘려대는 땀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계체량 당일 날 약간 오버한 체중 때문에 한 시간 후에 다시 재겠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도우미들에게 둘러싸인 채 옷을 벗고 공개 계체량을 통과하는 모습 또한 여자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행동일 것이다. 그것은 여자라기보다는 링 위에 오르고 싶은 파이터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계체량을 가까스로 통과한 후 쉬지 않고 먹을 걸 찾는 송가연은 또한 여지없는 그 나이 또래의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날 저녁 <룸메이트> 멤버들이 송가연을 위해 챙겨준 저녁 한 끼는 ‘식구’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준다. 그렇게 같이 둘러 앉아 밥을 먹이고 그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식구의 의미일 것이다.



경기 당일, 링 위에 오른 송가연을 응원하며 정작 <룸메이트> 멤버들은 말문이 막혀 소리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알 수 없는 눈물. 그건 아마도 같이 밥을 챙겨먹는 식구로서 그저 막내처럼 한 구석에 있던 그녀가 링이라는 ‘냉정한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모습을 차마 바라보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룸메이트>지만 그렇게 시간은 한 공간에 있던 사람들의 관계를 어느새 가족 같은 끈끈함으로 바꿔놓았다.

경기의 승패가 뭐가 중요할까. 경기가 끝나고 나서 많은 이들이 승리한 송가연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너무 약한 상대를 세웠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송가연의 문제라기보다는 로드 FC라는 대회 주최의 대전 선택이 가진 문제일 것이다.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송가연이 앞으로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누구를 이겼는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과정을 충실하게 걸어왔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한 회를 온전히 송가연에게 집중시킨 <룸메이트>는 그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줬다. 혹자들은 이것마저 프로그램이 과도하게 송가연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그녀가 과정에서 말보다 더 많이 보여줬던 땀과 눈물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결코 거짓이 될 수 없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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