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승승장구’의 조용한 승부수가 주목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승승장구'는 독특한 토크쇼다. 형식에 있어서 주목할 만큼 자극적인 부분이 없다. 소소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게스트도 마찬가지다. 토크쇼들이 서로 섭외를 위해 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핫'한 인물이 별로 없다. 어찌 보면 아침 토크쇼에 어울릴만한 게스트들이 등장한다. MC들도 그렇다. 그들도 그다지 주목되는 예능감을 선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 소소한 듯한 형식과 게스트와 MC들이지만 바라보다보면 뭔가 깊이 빨려드는 몰입감이 느껴진다. 의외의 웃음이 생겨나고 인생의 곡절을 담은 눈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승승장구'의 이 이상한 매력은.
남진, 안문숙, 임하룡, 김갑수, 김완선, 신동엽, 도지원, 김정운 교수, 안내상, 이혜영, 김대희와 김준호... 사실상 '승승장구'의 게스트들은 그다지 '뜨거운(?)' 인물들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게스트의 이미지로만 그 날의 토크쇼를 판단하기 마련인 시청자들은 쉽사리 채널을 고정시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게스트의 기존 이미지를 잠시 잊고 보다보면 의외의 진지함과 재미가 생겨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게스트의 또 다른 면이 슬쩍 슬쩍 드러날 때 '승승장구'는 반짝반짝 빛난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친 존재감'이다. 기대 밖에서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줄 때 더 주목되는.
'몰래온 손님'은 이 밋밋해 보이는 1인 게스트 형식에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안내상이 출연했을 때 손님으로 찾아온 우현이다. 우현은 이 미친 존재감 같은 형식의 토크쇼에 진짜 미친 존재감으로 등장했다. 안내상보다 더 주목받는 예능감을 보인 우현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동시에, 두 사람의 28년에 걸친 훈훈한 우정을 전해 주었다. 김대희와 김준호 콤비의 훈훈한(?) 폭로전에 손님으로 찾아온 박성호는 이 두 콤비와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토크쇼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옛 가수로 인식되던 남진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로 여겨지고, 개그맨에서 명품 조연 배우로 자리한 임하룡이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의외의 즐거움이 만들어지고, 안내상의 굴곡진 삶과 우정이 그를 배우 이상의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며, 김대희와 김준호의 끈끈한 우정이 눈물마저 웃음으로 승화해내는 개그맨들의 삶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승승장구'는 담담히 바라본다. MC들은 게스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기 보다는 그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귀를 열어놓고 기다린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개그맨으로서 장난치고 폭로하며 크게 웃어대는 김대희가 김준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할 때 그 먹먹함 뒤에 말이 아니어도 전해지는 숨겨진 이야기까지 '승승장구'에서는 도드라지게 보인다.
사실 잘 나가는, 혹은 가장 이슈가 되는 인물을 게스트로 앉히는 건 주목도가 높다는 점에서 시청률에 유리하다. 하지만 그런 게스트들의 토크쇼가 충분한 기대감을 채워주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승승장구'의 독특한 생존전략은 '미친 존재감'인 셈이다. 오히려 주목도가 낮아서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발견된 면모들은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채워준다. '승승장구'의 겉면은 그래서 늘 수수하다. 하지만 바로 그 화려함을 숨기는 수수함이야말로 '승승장구'의 승부수인 셈이다.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작은 소리 역시 더 잘 전달될 수 있는 법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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