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 차라리 ‘맛있는TV’에게 한 수 배워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요즘, TV에서 요리가 대세다. 음식에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시청자 대신 찾아가서 맛보고 즐기면서 소개해주는 <식신로드>나 <테이스티로드> 같은 프로그램도 여전히 잘 되고 있고, 그 차원을 넘어선 요리 콘텐츠들이 예능 속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예전엔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셰프 등의 전문가가 전면에 등장했지만 <오늘 뭐먹지>처럼 옆으로 빠져주기도 하고 <삼시세끼>처럼 아예 등장하지 않기도 한다. 아예 요리사들과 함께 놀듯이 요리를 배우는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먹방에서 요리로 넘어가는 데 있다. 윤후를 필두로 한 먹방의 공습은 시청자들의 감각적 공감대를 자극했다. 이 바탕엔 일상성의 공유가 있었다. 비싼 음식을 먹든 아니든 맛있는 것을 먹는 느낌을 알고,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기호식품이나 의류보다 그 폭이 적다. 이런 먹방 콘텐츠는 스스로 몸을 움직이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노동의 가치, 느리더라도 소박하더라도 자신 스스로 찾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음식을 만드는 행위의 가치와 만나게 됐다. 그냥 먹는 게 아닌 힐링의 차원, 자신의 가치관, 삶의 방식을 드러내는 차원으로 나아갔다. 공감대는 이제 먹는 것에서 요리를 하는 행위로 넘어왔다. 1인가구가 전체가구의 30%대에 이르고 이 급격한 증가분은 문화적 소비성향이 높은 세대에서 주로 나왔기 때문에 달라진 시대상이다.

광고에서 ‘배달의 민족’이라고 할 만큼 편리한 배달문화가 발달한 사회이지만 이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음식은 그래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소재로 떠올랐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웃음과 이야기도 풍성하다. 게다가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커졌다. 엄마의 일, 귀찮은 일이라는 요리 행위에 부여되는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이런 일상의 흐름을 예능이 놓칠 리 없다.



이런 분위기 하에 또 하나의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요리 서바이벌, 1인 가정 요리 소개, 집에 냉장고를 아예 떼 와서 펼치는 요리 예능에 이어 진짜 맛집, 진짜 음식에 대한 토크쇼다. tvN의 <수요미식회>는 전현무라는 믿을만한 예능용 펜스만 두르고, 출연진들은 황교익 칼럼니스트, 홍신애 푸드 스타일리스트, 강용석 등 인지도 대신 날카로운 ‘이’가 될 분들을 모았다. 주로 서울 시내의 명성 있는 맛집을 소개하면서 그 맛집의 내력과 사연, 그 식당의 음식이 맛있는 이유와 혹은 허명이라는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음식 제대로 먹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정말 참견에 가까운 사족이고 기본적으로 맛집 프로그램이다.

표방하는 건 감탄사 없는 맛집 소개다. 즉, 동시간대 편성된 <라디오스타>가 기존 토크쇼의 관성을 버리고 ‘진짜’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토크쇼로 성장했던 것처럼 이들도 음식과 요리를 가지고 립서비스나 관성이 아닌 맛집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방송 준비는 패널들이 알아서 그 맛집을 다녀오는 것이다. 협조 없이 간단히 촬영하기에 특별한 세팅이나 설정은 없다.

진짜를 말하던 토크쇼 <라디오스타>도 세월이 덧입혀지면서 홍보성 출연과 에피소드식 토크가 주를 이루는 보통의 토크쇼와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MC진의 능력으로 신선함과 식상함 사이에서 위태롭게 나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제 1회이고 서울과 맥락이 닿는 시청자들을 타켓으로 하는 아쉬움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수요미식회>는 기존과 다른 진짜를 말하겠다는 것 치고는 좀 심심하다. 매회 ‘소고기’ 이런 식으로 주제와 장르를 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여러 맛집을 소개하는데 출연자들 중 그 누구에게서도 그 어떤 집에 가봤다 정도지 특별한 애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 가게에 꼭 가보라고 권하는 수준도 적당하다. 가장 기대했던, 소위 말하는 입소문의 바람을 빼기엔 너무 무디고 펀치는 가벼웠다.



그래서, 애매하다. 기존의 올리브TV에서 하는 요식 프로그램보다 더 실용적인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진짜를 말하던 <라디오스타>가 게스트의 에피소드를 듣는 형국이랄까. 기존의 관성을 넘어서겠다는 포부에 맞는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데서 하지 못하는 특별한 진짜같은 수다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음식마저 보이지 않는다. 방향성도 좋고, 이 시대가 원하는 진짜를 말하는 맛집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우리 방송 문화의 속도를 조금 더 반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MBC 전통의 토요일 오전 프로그램인 <찾아라 맛있는 TV>는 이미 재작년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맛집을 찾아가 아예 그 자리에 앉아서 ‘비주얼에 비해 맛이 못하다’거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레시피’ 이런 식의 신랄한 평가를 내린다. 그런데 비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요리가 각광받는 시기에 나온 콘텐츠 치고 <수요미식회>의 수다는 침이 튀고 리듬감 있게 주고받는 수다가 아닌 한마디 거드는 참견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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