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듀나의 그 때 그 이야기] 1947년 6월 24일, 케네스 아놀드라는 사업가가 워싱턴 주의 라이너 산 주변을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날다가 초고속으로 나는 9개의 물체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 물체에 대한 묘사는 사람들의 입을 오가면서 조금씩 바뀌었는데, 그래도 그의 주장에 바탕을 둔 그림에 따르면 그 물체들은 다음과 같이 생겼던 것 같다.

아놀드가 정확히 무엇을 보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아놀드 자신도 역시 안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 펠리칸에서부터 신기루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장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 중 어느 것도 아놀드의 주장을 입증하거나 반박할 정도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놀드가 그 비행물체를 묘사하면서 사용한 몇몇 용어들이다. 그는 ‘파이 접시’ 또는 ‘파이 접시를 잘라낸 모양’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했는데, 이 표현이 자연스럽게 '비행접시‘라는 용어로 이어졌던 것이다. 아놀드 이전에도 UFO 목격담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1947년 6월 24일을 UFO 원년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아놀드 이후 불어닥친 UFO 열풍은 할리우드에 엄청난 영감을 제공한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제도권 종교를 믿는 것처럼 외계 문명이 보낸 우주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믿고 있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엄청난 현상이었다. 50년대 사람들은 비행접시는 괴상한 현상이 아닌, 지구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여겼다. 당시 영화 속에 나오는 외계 우주선들이 UFO 모양을 꼼꼼하게 모방하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건 지구인들의 우주선이 로켓 모양을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현실의 모방이었다. 예를 들어, 1955년작인 [디스 아일랜드 어스 This Island Earth]에 나오는 외계 우주선을 보라.



다음은 1952년 브라질에서 찍혔다는 유명한 UFO 사진이다.



영감의 원천이 어디였는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러한 UFO의 모습은 5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1970년대에 들어와 [스타워즈]가 할리우드 SF의 모양을 뜯어고치기 전까지 당연한 주류였다. 아마 UFO가 실제로 존재하고 브라질에서 찍힌 UFO에 정말로 작은 외계인들이 타고 있었다면 1950년대의 UFO 열풍은 다른 세계의 디자인이 지구에 이식된 최초의 예로 기억될 것이다. 진짜가 아니라면? 그래도 재미있는 디자인 현상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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