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혁 PD가 말하는 '키앤크', 그 피겨스케이팅의 매력[대담1]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자신을 지도해 준 코치와 함께 앉아 점수를 기다리는 곳을 ‘키스 앤 크라이 존(kiss and cry zone)’ 이라 한다. 이제 초반을 넘어 치열한 경합으로 들어간 SBS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이하 키앤크)>의 김재혁 PD를 만났다. 김연아의 이름을 걸고 시작 된 예능 스케이팅, <키앤크>. 최선을 다해 만들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키스 앤 크라이 존’의 선수들과 다름없어 보였다. (대담 참여: 김재혁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리: 최정은)

정석희: 처음 <키앤크>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모한 도전이라 여겨졌어요. 어릴 적 피겨도 직접 타봤고 아이에게 레슨도 시켜봤지만 우리나라 현실이 뭐 하나 만만한 게 없잖아요. 하물며 피겨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게 과연 잘될까’ 했죠. 게다가 열 명이나 되는 선수들이라니. MBC <트리플>이라는 드라마도 기대 이하의 반응이었잖아요?

김재혁: 우리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MBC <아이싱>이나 <트리플>이 고전했다는 얘기, 익히 알고 있고요. 사실 <트리플> 때 대역 하셨던 분이 지금 이규혁 씨 파트너에요. Mnet <아이스 프린세스> 때 솔비 연습 코치가 아이유 파트너고요.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키앤크>를 도와주고 계시는데, 그 분들 이야기로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3-4개월 전부터 열심히 연습 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번 기획을 이야기 했을 때 3개월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며 난색들을 표했죠. 다행히 고맙게도 생업을 팽개친 채 열심히 연습에 임하는 선수들 덕에 좋은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정덕현: 저는 <트리플>에서 피겨 스케이팅 선수 역을 연기했던 민효린 씨가 <키앤크>에 합류하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이미 경험이 있으니 기본기가 있을 것 같아서죠.

김재혁: 민효린 씨 본인도 피겨에 다시 도전하고픈 의지가 있었고, 사실 우리로서도 섭외 대상이었으나 막판에 KBS <로맨스타운>에 출연하게 되는 바람에 무산되었어요. 아쉽습니다.

정석희: 회가 거듭될수록 모두가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양 빠져드는 게 눈에 보이던데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열심히 하게 만드는 걸까요?

김재혁: 처음 기초 때는 실력이 안 느니까 모두들 어려워하더군요. 기초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라 많이들 힘들어했어요. 그러나 기초 훈련을 참고 견딘 후에는 실력이 자꾸자꾸 느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 때부터 재미를 붙여 재미있다, 즐겁다 하시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제 생각으로는 개인 대결인 첫 대회를 준비하는 3회까지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정석희: 파트너를 만나며 실력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김재혁: 네, 맞습니다. 파트너를 만나면서 실력이 급상승하기 시작했어요. 같이 하다보면 아무래도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으니까……. 하나의 동작이나 기술을 배울 때마다, 완성될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그 성취감이 그들을 몰두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그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처음 만 여명의 관중 앞에 인사 했을 때, 그 때의 경험이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일단 목표에 대한 기대치가 생긴 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연습하더군요. 다들 자존심이 강한 연예인이다 보니 탈락이 시작된 이후에는 평소의 2-3배 이상 연습하고요.



정석희: <키앤크>를 보며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어요. 유노윤호나 손담비, 김병만 씨야 원래 연습벌레로 호가 났으니 잘 하겠거니 했는데 이아현, 박준금 씨 등은 의외에요. 그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을 안 할 수 없더군요.

정덕현: 어찌 보면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한계를 출연자들이 넘어서고 있어요.

김재혁: 확실히 연예인 파워라는 것이 있나 봅니다. 진짜 바쁜 친구들이어서 링크 장에 가보면 밤낮이 없는 실정이거든요. 김병만 씨 같은 경우는 파트너인 이수경 씨가 지방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밤 10시나 되어야 같이 연습을 시작 할 수 있는데요 그러면 새벽 2시, 3시까지 연습하게 됩니다. 유노윤호 같은 경우에는 잠깐의 짬을 내어 새벽에 오기도 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틈을 내기 어려운 시간인데, 그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녹화하고 난 다음날은 탈진이에요. 전화 해보면 다들 몸져 누워있어요.

정덕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피겨는 스포츠라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는 것들 즉, 시청자들의 기본 기대치가 있습니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도전하는 <키앤크>의 특성상 기본 기대치를 많이 빼면서 성장 이야기를 붙여가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닐 것 같은데요.

김재혁: 사실 그 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회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중간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 대회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어쨌든 김연아 선수 덕분에 세계선수권대회를 보며 수준 높은 안목을 갖게 된 분들에게 과정과 결과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중간에 VCR로 과정이나 갈등 같은 것을 녹여 내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길어질 때의 딜레마 또한 분명히 있기 때문에 더 보여줘야 할 부분을 못 보여 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덕현: 리얼 버라이어티 적인 요소들 즉, 연습 중간 중간의 VCR이 사실은 참 중요한 건데 그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청자들 눈높이를 확 낮춰서 이건 참 어려운거다 해주고 무대 위에 올려야 사람들이 받아 드릴 텐데 그럴 수 없는 이유 또한 있을 테니까요.

정석희: 기술적으로도 이게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은 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신동엽 씨가 저거 정말 어려운 기술이라고 자꾸 얘기해 주니까 그제야 사람들이 느끼며 받아들이는 것 같더군요.





정덕현: 첫 등장의 신동엽 씨처럼 엎어져 뒹굴뒹굴 구르는 것이 현실 아닌가요? 신동엽이 엎어져 들어오니까 기대치가 확 낮춰지며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등장이 좋았어요.

김재혁: 그래 뵈도 한 달 연습한 겁니다. 나름 ‘런지’를 멋지게 보여주려고 일주일에 두 번씩 런지 연습을 한 건데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한 번만 타보시면 아실 텐데……. 항아리 한번만 해봐도, 그냥 얼음판 위에 서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지 아실 텐데 아쉽습니다.

김재혁: 사실은 첫 대회 때 유노윤호나 김병만 씨가 너무 잘해 버린 것이 우리에게는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두 달 연습한 건데 그렇게 잘 해 버렸으니……. 아이유가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평균인데 위가 너무 강하니까 자기가 너무 아래로 보인다고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석희: 그런 면에서 저는 유노윤호 군이 만들어가는 그림이 재미있어요. 1등의 영광도 누려 봤고 하위권으로 좌절도 해 봤잖아요. 연습량에 의해 얼마든지 성적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분명 다음 회엔 스프링 튀어 오르듯 또 다시 도약하리라 믿어지는데요.

정덕현: 상대평가처럼 보이지만 각자 이야기로 하나씩 가면 다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유와 김병만의 스토리는 엄연히 다르니 말입니다. 열 사람의 열 가지 이야기들이 캐릭터의 힘을 받아 같이 움직이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그 스토리가 잘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김재혁: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방송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많이 보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어 다행입니다.

정석희: 이아현 씨에 대해 평소 까칠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다지 호감은 아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입양한 두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 위해, 강인한 엄마가 되고자 최선을 다하는 절박한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처음에는 이아현이나 박준금 씨는 들러리가 될 줄 알았는데 이런 분들의 스토리가 생생히 살아난다는 점이 저로서는 무엇보다 마음에 듭니다.

김재혁: 사실 이아현 씨의 얘기, 저희는 몰랐습니다. <키앤크> 방송 이후 이혼이나 입양 등의 일들이 뉴스로 터졌어요. 알고 보니 그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키앤크>에 도전한 것이더군요. 박준금씨도 무용을 전공했으니까 그 연세의 다른 분 보다 유연성 면에서 낫겠다 싶어 섭외한 건데 차차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하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을 불사르시더라고요. 피겨가 대중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구성원으로 시작한 건데 이제는 우리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정석희: 나이 마흔이 넘으면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기 마련이거든요. 박준금 씨의 스케이팅을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김재혁: 솔직히 <키앤크>를 하기 전에는 아이스링크 장에 가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프로그램을 하며 아이스링크 장을 찾았다가 이미 연세 많으신 분들이 피겨나 스피드스케이팅 동호회로 활동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단한 동작은 아니지만 쉰을 넘기신 분들이 크로스로 링크를 돌고 계신다거나 쫄복 입고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정덕현: 촬영 현장에 가 보니 현장음이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방송으로 보면 매끈한 느낌인데 현장에서는 거친 느낌인거죠. 박준금 씨의 파트너 김도환 씨가 바로 앞에서 트리플을 시도 하는데 소리가 빡 나는 게 어휴, 그 무게감이나 속도감이 굉장하더군요. 방송으로 그런 것들을 사실감 있게 잡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림이야 비슷비슷 하잖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현장감이 핵심이죠. 리액션도 현장에서 보니까 더 실감나고... 좀 더 디테일하게 가면 좋지 않을까요.

김재혁: <키앤크> 촬영에는 20대가 넘는 카메라가 투입됩니다. 스튜디오 카메라와 ENG를 복합시켜 스튜디오에서도 스튜디오 카메라로 커팅을 하고 ENG로 보강해서 현장을 다 잡으려고 노력하죠. 오디오도 곳곳에 다 심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장의 소리들이 거의 픽업되지 않아 박진감이나 스피드감이 많이 죽는 것 같다는 아픔이 있습니다. 외국의 빙상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현실인 것을 보면 이게 한계인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이런저런 궁리를 많이 합니다. 한 번에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매 회 나아진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노력합니다.(김재혁 PD와의 인터뷰는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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