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가수’ BMK, ‘3표차’ 탈락이 못내 아쉽다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오뚝이’가 결국 쓰러졌다. MBC TV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폭풍 가창력을 선보이며 대중들의 심금을 울렸던 ‘소울 국모’ BMK가 지난 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나가수’ 무대를 떠나게 됐다. 이날 BMK는 이정석의 ‘사랑하기에’를 안정적으로 소화했지만 7위에 그쳤고, 종합 순위에서도 꼴찌로 밀려났다. 장기호 자문위원단장에 따르면 종합 6위와의 격차는 3표에 불과했다. BMK는 3라운드 1차 경연에서 파격적인 의상과 함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흥겹게 부르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작금의 ‘나가수’ 무대는 어떤 가수가 탈락해도 의외라고 표현할 수 없는 반면 누가 꼴찌를 해도 충격적인,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다. 경연을 펼치는 가수들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연을 치르면 치를수록 1위와 7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여전히 고음이 가창력 평가를 가름하는 잣대로써 대세를 이루고는 있다. 하지만 ‘나는 성대다’가 아니냐는 지적과 비아냥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퍼포먼스나 감정표현, 편곡의 품질 등에 신경을 쓰는 가수들의 순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가수들 못지않게 청중평가단도 진화하고 있다. 물론 이전보다 그렇다는 분석이지만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렇다면 ‘오뚝이’ BMK의 탈락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 제시와 해석이 도출될 수 있겠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주변 상황이 아니러니하게도 그녀를 탈락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그녀는 지난달 24일 일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중 하나인 결혼식을 올렸다. BMK는 결혼식 전날에도 3라운드 2차 경연 리허설에 참가하면서 열정을 불태웠고 결혼식 이틀 후 진행될 본 경연을 위해 신혼여행까지 미루는 등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의 이 같은 열정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역시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절대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결혼 준비에는 생각보다 시간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것도 시간이다)가 많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결혼식을 준비하다 헤어지는 커플도 나오겠는가. 편집에 또 편집을 거쳤겠지만 155분 파격변성으로 넉넉하게 출연가수들의 셀프카메라 등 다양한 준비과정을 보여준 3일 방송에서 조관우, 장혜진 등이 편곡을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나 김범수, 박정현 등이 연습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상대적으로 BMK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행복한 결혼식이 BMK의 연습시간을 잡아먹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는 곡 선정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참가 가수중 누구보다 감정표현에 솔직한 BMK가 그녀의 기분 좋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노래를 화끈하게 부를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BMK에게 ‘오뚝이’라는 캐릭터를 선사하게 만든 곡은 이선희의 ‘아음다운 강산’과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였다. BMK는 이 두 노래로 경연을 펼쳤을 때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하며 멋지게 부활에 성공했다. 반면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나 김광진의 ‘편지’로 승부수를 띄웠을 때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음악적 평가를 차치하고 대중들이 ‘나가수’ 경연장에서 그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BMK는 지난 1차 경연에서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BMK는 “결혼 선물을 받은 것 같다. 꿈에 나타난 어머니께 감사한다”며 감동의 소감을 밝혔다. BMK가 무대에서나 소감을 말할 때나 결혼을 앞둔 소녀처럼 무척 행복해 보였음은 이견이 없다. 반면 전설적인 명곡인 ‘사랑하기에’는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보다는 ‘그대 내게 다시’에 가까운 애절하고 눈물이 나는 곡이다. 어머니 기일을 앞두고 눈물로 불렀던 ‘편지’의 진심도 결과적으로 잘 전달되지 않은 판에, 결혼식을 마치고 열창한 이별노래의 호소력은 미약했다. BMK의 행복한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신나는 노래를 배정받았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 밖에 1차 경연에서 1위에 랭크된 점도 그녀의 발목을 잡는데 일조했다. BMK에게 정말 필요했던 3표 정도는 날아간 이유로 분석할 수도 있겠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중간평가에서 BMK는 “자유로에 들어서는 순간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어요”라며 “‘나가수’를 통해 1위를 한 것은 제 평생 기억에 가져갈 것 같아요”라고 정말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앞서 7위를 두 차례나 차지하고도 기적 같이 부활한 이후 처음으로 1등을 차지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도로에서 목이 상할 정도로 소리지를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나가수’는 프로그램 규칙상 2차 경연시에 1차 경연 1위보다는 7위에게 프리미엄이 붙는 게 현실이다. 1차 경연에서 꼴찌한 가수는 여지껏 매번 살아남았다. 7위한 가수들이 절치부심 노력한 산물이겠지만 평가단의 감성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1인 3표를 행사하는 청중평가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앞선 BMK의 부활에는 일부 ‘동정표’가 포함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이는 BMK에만 해당되는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번 경연에서 그녀에게는 전에 없는 날카로운 잣대가 적용됐을 것이다. BMK의 고정 팬들에게 조차도 ‘지난 경연에서 1등을 했는데 설마 탈락할까’라는 심정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BMK에게는 전과 달리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하고 치열한 심정이 보이지 않았다.
BMK는 탈락자로 발표된 직후 “늘 최선을 다했던 나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스태프들에게도 머리숙여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담담히 소감을 전했다. BMK는 그러나 탈락 이후 건강악화로 앓아 누웠고 링거를 맞아가며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9월에는 서울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는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BMK를 더 이상 ‘나가수’에서는 볼 수 없다. ‘나가수’에서의 치열함은 잊고 환희와 감동만 기억하길 바란다. 그녀가 늘 행복한 모습으로 노래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