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자매표 로맨스 ‘맨도롱 또똣’의 익숙한 특별함
[엔터미디어=정덕현] 제목이 독특하다. MBC 새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 ‘멘도롱 또똣’은 제주도 사투리로 ‘기분 좋게 따뜻한’이란 뜻이다. 이 드라마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가를 제목이 대부분 말해준다. 제주도가 배경일 것이고, 홍자매가 가장 잘 하는 로맨틱 코미디일 것이며 특히 따뜻한 힐링 드라마를 보여줄 거라는 점이다.
제목은 독특하지만 이야기 설정이나 전개 그리고 캐릭터는 전형적이다. 왕자님 백건우(유연석)는 잘 사는데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직업 셰프다. 요리와 제주도라는 공간의 만남은 기묘하게도 저 <삼시세끼>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잠시 떠나 그런 곳에서 지내고픈 욕망. 힐링을 꿈꾸게 되는 그런 느낌. 게다가 제주도에 로맨스가 빠질 수는 없다.
왕자님 백건우 앞에 어른거리는 신데렐라는 이정주(강소라). 10년 전 불쑥 백건우 앞에 나타났던 그녀. 두 사람은 그 첫 만남에서 스스럼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다. 나중에 만나면 글래머가 돼서 자신을 홀딱 넘어가게 해달라는 백건우와 놈팽이로 살아서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정주. 그 신데렐라 글래머와 놈팽이 왕자님은 어찌어찌해 10년 후에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그런 이야기.
드라마 첫 회의 마지막 시퀀스는 이 드라마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어렵게 모아둔 돈을 갖고 튀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온 이정주는 우연히 거기서 다른 여자와 결혼해버린 남자친구를 목격한다. 물론 이런 상황조차 홍자매표 코미디는 발랄하게 연출된다. 마치 여전사로 변신한 듯 이정주가 달리는 말에서 도망치는 남자친구에게 창을 던지는 상상을 보여주는 것.
하지만 현실은 말똥에 얼굴을 박고 쓰러져 있는 그녀의 모습이다. 그녀는 “항상 분노하지만 되갚아줄 힘이 없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며 말똥 묻은 신발을 닦는다. 그러면서 “냄새가 더럽긴 하지만 뭐 이렇게 씻으면 돼”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 때 마침 전화로 해고 통보를 받은 그녀가 놓친 신발을 한편에서 백건우가 들어 올린다. 엎친 데 덮친 상황에 몰린 미생이 곧 잘 생긴데다 부유하고 요리도 잘하며 로맨틱하기까지 한 왕자님의 신데렐라가 될 거라는 이야기다.

최근 이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나 신데렐라 이야기는 재미는 있어도 시청률이 그리 잘 나오지는 않는다. 너무 쉽게 전개될 내용이 읽히기 때문에 똑같은 걸 반복해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SBS <냄새를 보는 소녀>가 로맨틱 코미디에 스릴러 같은 장르를 덧붙이는 것이고,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가족드라마 구조에 로맨틱 코미디는 물론이고 사회극적 요소까지 곁들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로 달려가는 <맨도롱 또똣>은 의외로 끌리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조금 편안하게 로맨스를 즐기고 싶고 다른 한편으로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잠시 벗어나 힐링을 꿈꾸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망을 에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유연석과 강소라라는 최근 뜨겁게 올라오는 청춘남녀의 화학작용이 주는 안구정화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맨도롱 또똣>에 굉장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점 복잡한 세상처럼 장르도 복잡해지는 드라마들 속에서 어쩌면 이 익숙한 달달함이 의외의 힐링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이 드라마가 참신하진 않아도 끌리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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