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옥주현, ‘유고걸’ 선택 적중할까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1위→5위→4위→6위. 얼핏 보면 지난 5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순위 변동과 유사하다. 당시 두산은 투타에서 총체적 위기에 빠지며 순위가 급전직하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두산은 5월 1일까지 2위를 기록하며 SK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등 순항을 거듭했으나 이후 추락을 거듭하며 한 달여만인 6월 9일에는 급기야 7위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결국 베이징 올림픽 전승우승 신화를 일궈냈던 김경문 감독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퇴진하는 초강수를 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6할이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중이다. 올 시즌이 끝난 이후 김경문 감독 사퇴가 어떻게 평가될지는 알 수 없으나 현시점에서 볼 때 감독의 퇴진으로 터닝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순위 변동은 두산의 그것이 아닌 MBC TV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치열한 경연을 벌이고 있는 옥주현의 성적표다. 지난 5월 29일 2라운드 1차 경연에서 ‘나가수’ 무대에 첫 등장한 옥주현은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눈물로 열창하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했다. 1라운드를 마치고 임재범과 김연우가 각각 건강악화와 탈락으로 제외된 가운데 대중들의 허탈감은 극도로 증폭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옥주현이 그들의 자리를 채울 실력과 자질이 있느냐는 지적부터 과거 행적을 들춰내는 등 각종 인신공격까지 난무하던 상황에서 청중평가단은 옥주현에게 1등이라는 훈장을 달아줬다.

옥주현은 그러나 ‘나가수’ 무대에 바로 안착하지는 못했다. ‘나가수’ 신정수 PD의 다소 일방적인 규칙변경이 옥주현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과 음향사고로 인한 재녹화에 대한 오해가 증폭된 것. 하지만 옥주현은 2라운드 2차 경연에서 소름끼치는 전조와 파격적인 탱고 안무를 더해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를 열창하며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다만 옥주현의 이날 순위는 5위에 그쳤다.

‘내가 부르고픈 노래’를 미션으로 진행된 3라운드 첫 경연에서 옥주현은 신성우의 ‘서시’를 선택했고 청중평가단은 그녀에서 4위라는 성적을 제시했다. 옥주현이 3번의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그녀에 대한 악평도 차츰 사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도대체 저는 언제쯤 이 무대가 편해질까요?”라는 옥주현의 반문은 역설적으로 무대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그녀와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한 대중들의 심적 변화를 대변해 주기도 한다. 임재범이 콘서트에서 나치 퍼포먼스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도 옥주현에게는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옥주현은 3라운드 2차 경연에서 청중평가단 추천곡인 조장혁의 ‘LOVE’를 열창했다. 공연 후에 또다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옥주현 순위는 6위. ‘나가수’ 합류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나가수’ 멤버로서 옥주현의 실력과 태도를 인정하는 대중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으나 청중평가단의 순위는 오히려 점점 나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옥주현은 BMK 탈락 이후 “선배님의 오뚝이 정신을 이어받겠다”며 결의를 불태웠다. 옥주현이 BMK에게 배워야 할 것은 오뚝이 정신만이 아니다. BMK의 탈락을 역지사지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비호감을 호감으로 전환하기는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인위적으로 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잘못이 있는 과거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겸손한 자세는 기본이다. 그리고 음악의 힘과 정정당당한 승부로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옥주현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안티 세력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지만 최근 무대에서 청중평가단의 냉정한 눈높이를 맞춰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안 요인이다. 다시 ‘서시’나 ‘LOVE'와 유사한 창법으로 승부하는 건 위험이 크다. 듣는 이를 질리게 만드는 순간 승부는 끝이다. 지금의 옥주현 처럼 중위권을 맴돌던 이소라가 ‘행복을 주는 사람’을 끝으로 무대를 떠났다. BMK 역시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고집하며 ‘사랑하기에’를 부르다 탈락의 비운을 맞이 했다.

이런 가운데 옥주현이 ‘핑클’ 멤버로 함께 활동했던 이효리의 ‘유고걸’을 파격적으로 편곡해 4라운드 1차 경연을 치렀다. 이번 미션은 ‘도전해보고 싶은 노래’였다. 유사한 미션에서 발라드곡인 ‘천일동안’과 ‘서시’를 선택해 뮤지컬 창법으로 소화했던 옥주현이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것.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금 옥주현은 ‘나가수’에서 장수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느냐, 어정쩡하게 탈락하며 명예회복에 실패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나가수’는 ‘성대 싸움’에서 ‘퍼포먼스 대결’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1위를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게 입증됐다. 더구나 김조한의 합류로 강호의 고수가 바로 충원됐다. 옥주현의 ‘터닝포인트’가 주목되는 이유다.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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