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200회 특집에 농활, 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200회를 맞은 '1박2일'은 왜 자축연이 아닌 힘겨운 노동을 선택했을까. 옥수수 7천개, 수박 한 트럭, 복분자 1천 알, 감자 60상자, 복숭아 비닐하우스 1동 수확. 결코 쉬운 노동은 아니다. 부담스러운 자축연 플래카드에 뷔페음식, 현악을 동원한 가든파티에서 갑작스럽게 농활 현장으로 소환된(?) 멤버들은 그러나 그 노동의 현장이 오히려 자기들이 있어야할 자리라는 듯 노동을 즐겼다.

풍요로운 농산물 산지로 유명한 고창에서 벌어진 '1박2일' 200회 특집은 강호동이 표현한대로 '체험 삶의 현장' 그대로였다. 이것은 초창기부터 '1박2일'이 지향해왔던 것이다. '1박2일'은 줄곧 '6시 내 고향'이나 '체험 삶의 현장'의 예능 버전을 주창했었기 때문이다. 현지 어르신들과 함께 한 노동의 현장에 200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있을 수 없었다. 헬기촬영에 대해 은지원이 "감자 캐는 데 무슨 헬기촬영이냐"고 말한 것처럼,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노동을 하는 장면들이 담담히 그려졌고, 간간히 주민들과의 정겨운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것은 몇 백회 특집이라고 하면 늘 있어온 시끌벅적한 자축연에 대한 반전이자, 이 200회가 자신들의 공적이 아니라 그들이 밟고 뛰고 떠날 고향을 지키고 가꿔 오신 분들의 공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 분들이 있어 그토록 맛나는 음식을 앞에 놓고 즐거운 복불복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 분들이 지켜온 자연이 있어 도시에 찌든 눈이 활짝 열리는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선택은 그러나 '1박2일'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미 100회 특집에서도 '1박2일'은 호들갑떨지 않고 담담히 100회를 맞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고 그저 PD가 100회를 맞게 됐다는 멘트 정도로 처리됐던 당시, 그 100회를 챙겨준 이들은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었다. 시청자들이 보내준 선물과 케이크로 소소하게 치러진 그 100회 특집은 오히려 그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100회로 축하받아야할 분들은 바로 시청자라는 전언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소소했던 200회 특집에서 별다른 예능에 대한 강박 없이 그저 노동을 보여준 것은 또한 '1박2일'의 각오이자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미 200회를 맞이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롭게 생겨나는 예능 경쟁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영석 PD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가수다'의 파괴력을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박2일'은 자신이 갈 길을 가겠다는 얘기다. 어떤 화려함으로 포장된 신상 예능이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해도, 자신들은 이 땅의 논밭에서 구르고 강과 바다에 몸을 던지며, 거기서 난 음식들 앞에 경건해질(?) 것이라는 각오이자 자신감.

주말 예능을 말 그대로 격전지로 표현하지만, 그래서 경쟁적으로 좀 더 강한 것을 내세워 상대방을 무너뜨리려고 하지만, 그래도 '1박2일' 정도면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갖춘 예능으로 안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자신의 색깔을 지켜나가는 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자축연이 아닌 노동을 선택했다는 점은 '1박2일'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준다. '지금까지 잘했으니 앞으로도 잘하자!' 너무나 소박한 플래카드에 적힌 그대로 '1박2일'이 정진해나가길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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