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의 오디션', 감동 이외에 정말 필요한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기적의 오디션'은 연기자를 뽑는 오디션이다. 당초 노래가 아닌 연기라는 소재가 얼마나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있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연기라는 것이 그저 흉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경험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이라는 점은, 이 오디션의 가장 큰 매력이 되었다. 오디션 무대 위에 올라 연기를 펼치는 이들은 그것이 연기인지 아니면 실제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의 연장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몰입을 보여주었다.

불우한 삶을 살아온 참가자의 눈물 연기에는 그 삶이 그대로 묻어나고,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에게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참가자의 절절한 목소리에는 진정성이 드러난다. 무명에 가까운 신인배우, 연극판에서 꿈을 위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연극배우, 심지어 9년 경력의 베테랑 연극배우도 오디션 무대에 올라 보여주는 혼신의 연기 속에는 그 열정의 감동이 전해진다. 즉 '기적의 오디션'의 매력은 바로 이 참가자의 삶 전체를 무대 위의 대사 하나 동작 하나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기적의 오디션'이 보여주는 참가자들의 연기 패턴이 대부분 소리 지르고, 눈물 흘리며, 분노하는 등의 '강도'에 머물고 있는 점은 큰 한계로 지목된다. 이것은 참가자들이 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선택인 셈. 그들은 감정의 진폭이 크게 표현되는 연기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 심사위원인 이미숙은 "강한 연기만 어필할 거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참가자는 오히려 '감정 과잉'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참가자는 마치 우는 연기가 몸에 밴 것처럼 뭘 해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감정을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것은 연기에 있어 중요한 일이지만, 그 감정을 그저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통제하는 것 역시 연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것이 아닐 때 조절 가능해야할 연기는 방향타를 잃고 만다.

'기적의 오디션'이 참가자들로부터 가능성을 발견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참가자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매력이고 다른 하나는 연기력이다. 매력은 연기력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연기력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상대방을 끄는 매력을 갖고 있는 연기자는 그렇지 못한 연기자보다 연기에 있어서 훨씬 유리하다. 물론 이 매력 역시 삶에서 묻어나온다는 점에서, 역시 삶이 바탕이 되는 연기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기적의 오디션'은 바로 이 매력과 연기력을 얼마나 잘 조화해가면서 보여주느냐에 참가자들의 명운이 걸려있다. 그런데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너무 많은 오디션 참가자들이 '감동'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물론 이것은 참가자들의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써 프로그램으로서의 '기적의 오디션'으로는 너무 연기의 일면적인 부분만 강조되는 경향이 생긴다. 눈물이 철철 흐르는 감동은 한두 번 볼 때는 그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이지만, 계속 반복해서 보여질 때는 피곤해진다. 감동은 꼭 필요한 감정의 경험이지만, 너무 자주 반복되면 감정 노동이 되어버린다.

'기적의 오디션'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너무 감동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보는 이를 피곤하게 만든다. 연기의 묘미는 감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즐거움도 있고 웃음도 있다. 재치도 있고 순발력도 있다. 간간히 톡톡 튀는 웃음을 선사하는 참가자들에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기적의 오디션'은 너무 '기적'이 주는 감동에만 천착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채로운 연기의 맛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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