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가수' 중간점검이 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나는 가수다'의 중간점검에도 물론 순위가 있지만 거기서 본 경연만큼의 긴장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살아남느냐 탈락하느냐의 무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중간점검의 무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중간점검이 불필요하다고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부를 노래가 선정되고 그 곡이 재해석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과정을 통해 본 경연의 긴장감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중간점검은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본 경연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줘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간점검에서 김조한이 '이 밤에 끝을 잡고'를 부르고, 즉석에서 윤도현, 박정현과 입을 맞춰 'desperado'를 부르는 장면은 여러 모로 '나가수'의 잊고 있던 또 다른 재미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본 경연이 주지 못하는 또 다른 음악의 즐거움을 이 무대가 선사하기 때문이다. 윤도현의 시원시원한 직설적인 보컬은 박정현의 애절하고 때론 아기자기한 목소리와 어우러지고, 이 전체를 끌어안는 듯한 김조한 특유의 그루브와 뒤섞여진다. 이 전율의 무대가 주는 것은 서로의 다른 목소리가 하나로 엮어지는 '하모니'의 즐거움이다.
일찍이 이 '하모니'가 주는 즐거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것은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였다. 가수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짝패를 이뤄 서로 교감하며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악을 부르는 본 가요제의 무대보다 훨씬 큰 감동을 주었다. 유재석의 이야기에 이적이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고, 길과 바다가 교감을 통해 가사를 적어나가며,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로 엠티를 떠나 자신들만의 중간점검을 하는 모습은 경연이 아닌 어우러짐의 즐거움이었다.
이 '하모니'는 '나는 가수다'의 본 경연이 주는 서바이벌 무대의 전율만큼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서로의 준비해온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고 공감하고 때로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 '중간점검'의 풍경은 마치 친한 동료들끼리 갖는 작은 사적인 미니 콘서트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본 경연에 대한 일종의 탐색전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있어야 본 경연의 긴장감 또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모니'의 중간점검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목소리들이 하나의 음악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다. 사실 '나는 가수다'는 경연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다른 스타일의 가수와의 교감이 주는 즐거움이 상쇄되어 있다. 언제 이렇게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목소리가 섞이는 것은 특별한 준비 없이도(어쩌면 준비가 없어야) 그 자체만으로 큰 감흥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이제 초반부의 지나칠 정도의 뜨거움을 지나 차츰 안정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이 초심의 뜨거움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안정된 형태 속에서 이 프로그램 본래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가수의 다채로운 모습들, 가수라면 응당 갖고 있을 기쁨과 아픔, 도전하는 모습의 아름다움, 하모니를 이룰 때 갖게 되는 공감의 즐거움 등등. '나는 가수다'는 경연 말고도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본 경연의 긴장감은 늦추지 않더라도 중간점검에서 다양한 운용의 묘를 고려해볼 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