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보니 어때?’, 정려원 보는 재미가 어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트렌드를 이야기 해보자. 공중파 예능도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관련 콘텐츠가 접수했다. 그냥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안 통한다. 토크쇼를 해도 시청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줄 수 있는 강연 형식으로 하고, 아이들을 기르거나 혼자 살고 있는 집과 사생활을 수많은 카메라를 동원해 세세하게 보여준다. 대세인 먹방, 쿡방은 일상의 풍요로움에 대한 기대와 실질적인 정보를 통해 재미를 창출한다.
이런 일사에 천착하는 트렌드가 지속되자 이제 그 한편에서는 일상을 벗어난 일종의 일탈의 자유로움이 주는 새로운 기회와 충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른바 ‘떠나는’ 콘셉트다. 나영석 PD 사단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그렇고, 이번 추석에 방영될 파일럿의 다수가 여행을 기반으로 한 예능들이다.
그런 이때 2030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온스타일은 수많은 방송채널 중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자신 있는 채널이다. 온스타일의 장기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고 동경을 자아내는 것이다. 지난 15일에 새로 시작한 <살아보니 어때?> 또한 예술과 자유로운 기운이 넘치는 동경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예전말로 하면 ‘워너비’이고 요즘 유행하는 페미닌하게 말하면 걸크러쉬를 자극하는 정려원과 그의 절친인 보이시한 매력의 아티스트 임수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발산되는 매력을 내세우는 프로그램이다.
제작발표회에서 담당PD는 "네덜란드의 남자들 평균 신장이 185cm이라 개인적인 사심도 있었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을까 해서 암스테르담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물론 농담이지만, 프로그램의 지향과 타깃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암스테르담으로 떠난 정려원과 임수미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트렌디하다. 나영석 사단의 여행프로그램처럼 어디 찾아가는 것 자체가 미션이 아니다. 출연자 모두 영어에 능통하고 문화적으로 익숙하다. 따라서 눈에 담는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한 도시에 머무르고 함께 생활하는 것이 콘셉트다. 여행경비를 아예 주지 않고, 현지인에게 단기 임대를 해서 그 방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강제 글로벌 동거 프로젝트다. 예전 EU탄생을 기념해 제작된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처럼 다른 문화권의 낯선 사람들이 한 집 안에서 새롭게 관계를 맺고 커뮤니티를 형성해나가면서 겪을 이야기가 기대된다.
<살아보니 어때?>는 궁핍함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여배우 정려원이 시청자들 곁으로 내려오게 하는 동시에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쉐어하우스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정려원의 미모와 매력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굉장히 편하게 말을 하고 보기와 달리 털털하고 너그럽다. 노래에 맞춰 춤도 추고, 동생의 잔소리도 잘 견딘다. 한참 어린 외국인 친구가 황보의 이름을 그냥 부르자 한참 누나라고 맨발로 발길질 시늉도 한다. 옷을 입는 것부터 이런 모든 게 라이프스타일이다.

많이 내려놓았다고 수차례 강조하듯, 정려원은 여배우라는 어깨 위의 무거운 견장을 내려놓고 생얼은 물론이고 꾸밈없는 성격과 생활방식을 보여준다. 여기서 <진짜사나이> 여군들의 내려놓음과 다른 점은 정려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나름의 예술가적 정서와 취향이다. 그녀의 삶을 쫓는 것만으로 즐거운 가이드가 되리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다. 이것이 리얼리티쇼를 가능하게 하는 그녀의 매력이다.
일종의 모델하우스 같은 공간에서 시트콤스러운 삶 속에서 나타나는 스타일과 가치관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것들이 호감을 넘어서는 동경을 품게 한다. 호사스러운 여행이 아니라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최대한 털털하게 살아내는 것이 포인트다. 시청자들은 특별하지 않은 여행 환경과 일상적인 모습에 공감하다가 정려원이 얼마나 예쁜지에 감탄한다. 실제 담당PD가 정려원에게 수년 전에 사인을 받았다며 팬심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하니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이른바 정려원을 향한 걸크러쉬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스토리가 아니라 역시나 정려원이 어떻게 사는지를 최대한 자세히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인 듯하다. 예고편에서 큰 일이 일어난 것처럼 보여주지만 2회까지 아직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여행가방,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부터 장을 보는 타입, 집안 정리와 요리, 일찍 잠드는 생활 습관까지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한다. 정려원이 양치질을 하고 간단히 화장을 하고, 고민하던 착장을 완성해서 밖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도시를 활보하다가 공병에 관심 갖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린다. 그녀가 듣는 1990년대 힙합 등의 플레이리스트를 자막으로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비싼 자동차가 아닌 중고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닌다.
아직 제대로 된 사건이나 스토리가 발동이 되진 않았지만 정려원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매력, 그리고 암스테르담의 풍경을 보는 재미는 분명히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지닌 장점은 쿡방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여성적인 감성과 취향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정려원에 의한 정려원을 위한 프로그램인 만큼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내어 보이며 시청자들과 인사를 했다. 이제 더욱더 많은 시청자들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한 집 안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와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진짜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 내세우는 라이프스타일보다 허무한 것은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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