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과 ‘런닝맨’, 이 시점에서 전설들을 소환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추억과 향수의 힘은 과연 프로그램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을까. <개그콘서트>는 ‘동창회 특집’이라는 콘셉트로 그간 이 무대가 배출했던 레전드 개그맨들을 끌어 모았다. 김병만, 김준현, 변기수, 허경환, 신봉선, 정경미, 윤형빈, 신보라, 조윤호, 안상태, 박휘순 등등. 이름만 들어도 그들이 섰던 코너들이 추억처럼 방울방울 떠오르는 인물들이다.

물론 ‘동창회 특집’이라는 일회적인 이벤트지만 그간 주춤했던 <개그콘서트>로서는 천군만마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자릿수로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개그콘서트>는 신진 개그맨들의 활약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초대된 레전드 개그맨들처럼 이름만 갖고도 코너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개그맨들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

그러니 이번 동창회 특집에 출격하는 선배 개그맨들은 현재의 <개그콘서트>에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한편으로는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간 위기설로 사기가 떨어진 <개그콘서트>로서는 이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있었던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동창회 특집은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한편 <런닝맨>은 이른바 ‘X맨 특집’으로 2005년의 전설들을 끌어 모았다. 당시 ‘X맨’을 빛냈던 채연, 이종수, 이지현, 앤디, 스테파니가 출연해 최근 뜨는 스타들로 AOA 설현, 아이콘 바비와 비아이 그리고 김지민과 대결을 벌인다고 한다. 신구 세대의 대결도 대결이지만 과거 ‘X맨’을 즐겨봤던 팬들이라면 반색할만한 추억의 장면들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 예능으로서 연예인들 간의 흥미진진한 게임을 통해 웃음을 선사했던 ‘X맨’은 댄스신고식부터 대결과 함께 러브라인 같은 콘셉트로 의외의 달달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종국과 윤은혜의 달달한 러브라인은 당대에는 엄청난 화제가 되곤 했다. 단순히 게임만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연예인들 간의 관계가 또 다른 재미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개그콘서트>와 <런닝맨>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추억을 소환해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물론 연말이기 때문에 거기에 어울리는 특집으로서 나온 아이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최근 <응답하라 1988> 같은 복고 콘텐츠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추억을 끄집어내 재해석함으로써 과거의 시청층과 현재의 시청층을 하나로 끌어 모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최근 어딘지 정체된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미도 들어있다. 그저 매번 비슷한 코너들이 반복되는 것 같은 <개그콘서트>는 레전드들을 투입해 그 비슷한 코너라도 확연히 다른 임팩트를 선사할 수 있다. 이것은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해 단순한 게임 대결만 벌이던 <런닝맨>에게 ‘X맨 특집’은 단순해보여도 그 안에 의외로 흥미진진한 관계들의 재미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추억을 소환한다는 건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개그콘서트>든 <런닝맨>이든 그저 한 차례의 이벤트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들 두 프로그램의 정체된 느낌을 상쇄해줄 수 있다면 그만한 효과는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두 프로그램들은 과연 기대만큼의 추억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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