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도’ 조정특집, 그 당근과 채찍이 특별한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무한도전' 조정 특집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미션이다. 지금껏 많은 어려운 미션들이 있었지만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프로 레슬링 미션은 각 출연진마다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힘 배분이 가능하다. 즉 박명수는 힘이 좀 약하더라도 캐릭터를 악역으로 강하게 가면 전체 레슬링을 오히려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조정은 다르다. 이 단체 스포츠는 그런 융통성이 없다. 8명이 똑같이 노를 저어야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힘이 약하고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잘 하는 사람도 거기에 맞춰줘야 한다. 몇몇 사람의 힘으로 2천 미터라는 거리를 전력질주 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체 스포츠의 결과는 못하는 사람에게 맞춰진다. 하향평준화(?) 되는 것이다. 그러니 조정이라는 스포츠 자체가 주는 고통은 지금껏 '무한도전'이 해온 어떤 미션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건 스포츠 그 자체가 아니라 '무한도전'이라는 방송이다. 뭔가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방송 분량이 나와야 하는데, 조정은 모두가 배에 올라 쭉쭉 노를 저어가는 장면이나, 적어도 로잉머신으로 대결을 벌이는 장면 정도가 들어가야 어느 정도 효과가 나온다. 물론 '무한도전'은 밥 먹는 장면 하나만 가지고도 깨알 같은 재미를 뽑아내는 공력이 있다. 그만큼 팀워크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정 특집이라 걸어놓고 엉뚱한 걸 계속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정 자체에서 분량을 뽑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계속 무리해서 그 장면만을 뽑아서는 결국 출연진이나 제작진 모두 지치게 된다. '무한도전'의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 활용되는 건 힘겨운 출연진들을 위해서나 다양한 방송분량을 뽑아내야 하는 제작진으로서나 또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을 위해서나 모두 필요한 것이다. 영국에 정형돈과 노홍철이 조정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간 것은 바로 적절히 활용된 당근의 예다. 어딘지 휴가 같은 느낌의 이 여유로운 장면들은 파리에서 정재형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파티를 열고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장면들은 출연진들을 쉬게 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의 마음 또한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다시 조정 연습장으로 돌아온 카메라는 여지없이 '스파르타'를 외치는 출연진들의 땀과 눈물을 포착한다. 거의 죽을 듯이 2천 미터 골인 지점을 통과한 그들은 녹초가 되어 버리지만 그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알게 해주는 코치의 지적은 더더욱 아프기만 하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은 그들로서도 답답하고 고통스런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힘겨운 훈련을 지나고 돌아온 그들 앞에는 '융드폭소' 하하의 어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보양식이 준비되어 있다. 어디 그것뿐일까. 강력한 웃음 폭탄을 몰고 온 융드옥정 여사와의 한 바탕 즐거운 시간은 모성의 품에 잠시 기대는 그들에게 그간의 피곤을 싹 씻어준다. 또한 예능 본연의 깨알 같은 웃음들이 방송 분량으로 채워진다.

이 '무한도전'의 당근과 채찍은 힘겨울 수 있는 미션에서 출연진들은 물론이고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프로그램의 어떤 균형을 맞추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조정 미션의 당근과 채찍에 남다른 점이 눈에 띈다. 대부분은 그 미션 속에서 당근을 찾아내지만, 조정 특집은 그 바깥에서 인위적으로 그 당근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조정이라는 미션이 얼마나 힘겨운가(방송으로도 스포츠로도)를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 힘겨움을 어떻게든 풀어내려는 제작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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