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피로감 속에서 더욱 기대되는‘슈퍼스타K’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슈퍼스타K2'는 케이블 채널이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밤 지상파를 앞지르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금요일이 더 이상 시청률의 늪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5일 근무제로 모두가 떠나는 그 시간이라고 해도 확실한 몰입도를 가지고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오디션 형식은 새로운 대안으로 지목되었다. MBC는 지상파에서는 처음으로 오디션 형식으로 ‘위대한 탄생’을 금요일 밤에 배치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방송3사가 이 흐름을 놓칠 리가 없었다. ‘위대한 탄생’이 끝나고 시즌2가 시작하기 전까지 MBC는 부랴부랴 ‘댄싱 위드 더 스타’라는 해외 포맷 오디션을 가져와 댄스스포츠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KBS는 ‘도전자’라는 하와이에서 각종 미션에 도전하며 단 한 명의 생존자만이 살아남는 본격 서바이벌 오디션을 신설했고, SBS는 이에 질세라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연기자를 뽑는 오디션을 방영했다. 금요일이 이른바 ‘오디션 데이’가 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초반에 꽤 시선을 끌었다. 그 소재가 이미 ‘무한도전’에서 감동적으로 봐왔던 댄스스포츠였고, 거기 도전하는 인물들, 예를 들면 문희준이나, 김규리, 제시카 고메즈, 마라토너 이봉주 같은 이들의 부상투혼과 개인 스토리가 묻어나는데다가, 전문 댄서들과의 파트너십 또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악과 춤이라는 소재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기대감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생방송이 가진 한계겠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출연자들과 달리, 프로그램 연출이나 진행, 심사가 그다지 돋보이지 못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면면이 가장 핵심적인 매력이지만, 그것을 잘 드러내고 의미화 시켜주며 때론 강화시켜주는 연출, 진행, 심사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잘 살지 않자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는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 것.

KBS의 ‘도전자’는 애초의 대중들이 생각한 것과 달리,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기보다는 해외의 본격 리얼리티쇼들처럼 적자생존의 암투가 벌어지는 도전자들의 적나라하고 불편한 속내를 끄집어냈다. 물론 이것은 똑같은 미션에서 살아남는 것이 룰인 이 프로그램의 성격상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또 리얼리티쇼의 본고장인 해외의 정서로 보면 쿨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도전자’는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어느 정도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했어야 한다.

적자생존의 암투가 벌어지고 그것이 결과로 나온다면, 제작진은 미션 설계에서부터 뭔가 다른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는 소재들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했어야 한다. 미션은 미션대로 벌어지고 탈락은 미션과 상관있다기보다는 투표 자체로 결정되는 미션과 투표가 분리되는 구조나, 이것을 중재하는 ‘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중재방식 혹은 탈락자 선정 방식은 아무리 리얼리티쇼라고 해도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우리네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SBS의 ‘기적의 오디션’은 애초에 연기가 도대체 대중들을 어떤 식으로 끌어들일 것인가가 의문시 되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스토리들이 넘쳐났다. 즉 연기자의 연기력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질곡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이 오디션은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는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과유불급인 것처럼, 과도한 삶의 무게들과 눈물, 감동은 예능으로서의 어떤 균형감을 잃고 프로그램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즉 눈물만큼 발랄한 웃음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금요일 오디션 데이에 대한 기대감은 그래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휴가철이라는 외부적인 변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외부적인 변수 탓으로 치부하기에는 프로그램들이 가진 내적인 결함들이 너무 많다. 이유는 뭘까. 역시 사전 준비기간이 너무나 짧았다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TV에 방영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사전 준비과정과 사후 정리과정이 중요한 형식이다.

그래서 다시 기대감이 모아지는 건, 금요일을 오디션 데이로 만들어낸 그 장본인인 ‘슈퍼스타K3’다. 1년 내내 프로그램이 끝나는 순간부터 다음 해를 준비하는 이 오디션은 대세에 편승해 급조한 듯한 여타의 오디션과는 다른 기대감을 만든다. ‘슈퍼스타K3'는 올해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뭔가 ‘오디션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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