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계 불복 MBC, 법원 징계 정당 판결의 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압구정 백야>는 아마도 막장드라마의 레전드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부르는 것들의 밑바닥까지 보여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패륜적인 내용이다. 친딸인 백야(박하나)가 가족을 버린 친모 서은하(이보희)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 복수의 방식도 기가 막히다. 친모가 재혼해 꾸린 가정의 의붓아들을 유혹해 며느리가 되는 방식이라니.
시어머니가 친정어머니가 되는, 달리 말하면 며느리가 딸이 되는 이야기 설정은 임성한 작가가 과거 <하늘이시여>를 통해 활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늘이시여>는 그래도 엄마와 딸 사이의 절절한 모성애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압구정 백야>는 그 방식이 정반대다. 복수를 위한 접근은 자극과 논란을 아예 유발하겠다는 의도처럼 보였다.
그 둘째는 <압구정 백야>의 편성시간이 저녁 일일드라마 시간대였다는 점이다. 청소년 보호시간대인데다 그걸 매일 방영한다는 건 방송사가 최소한 지켜야할 윤리로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방통위는 작년 4월 징계 처분을 내리게 됐다. 놀라운 건 방송사가 이례적으로 이 심의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는 점이다. 시청률만 나오면 괜찮다는 얘기였을까. 결국 법원이 ‘방통위 제재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막장의 레전드가 된 건 이른바 ‘데스노트’라고 불린 인물들의 개연성 없는 죽음이 아닐까. 남자 주인공이 어이없게 넘어져 사망하는 장면에 시청자들은 황당해했다. 이미 MBC가 역시 일일드라마 시간대에 무려 150회에 걸쳐 방영했던 <오로라 공주>에서 줄초상의 문제는 해당 연기자들조차 분노케 만든 사건으로 회자된 바 있다.

물론 막장드라마는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법정제재를 받은 드라마로 SBS의 <사랑만 할래>, <돌아온 황금복>도 들어 있다. 하지만 법정제재를 받은 편수로는 MBC 드라마를 따라갈 방송사가 없다. MBC는 작년 한 해 <폭풍의 여자>, <압구정 백야>, <앵그리맘>, <이브의 사랑>, <내 딸 금사월>, <화려한 유혹>까지, 제재를 받은 총 8편 중 6편을 그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MBC가 심지어 이러한 징계에 불복했다는 사실은 막장드라마에 대한 최소한의 부끄러움에조차 둔감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방송 프로그램을 경제적인 상품으로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어쨌든 시청률을 내고 있고 그걸로 돈을 벌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해가는 방송사라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시청자들에게 유해한 불량식품이라도 돈이 된다면 하겠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판결로 막장드라마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판결이 가진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막장드라마가 사회적 폐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서 대중들도 또 법도 하나의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송사가 당장의 시청률이라는 이득을 위해 이를 취한다는 건 결국은 독으로 돌아갈 것이다. 제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해 같은 막장드라마가 더 이상은 발붙일 곳이 사라지길 바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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