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인트’, 박해진이냐 서강준이냐 뜨거워진 삼각구도
[엔터미디어=정덕현] 삼각구도는 멜로드라마의 피할 수 없는 공식인가. tvN <응답하라1988>의 정환(류준열)과 택이(박보검)를 두고 벌어졌던 남편 찾기에 이어서 <치즈 인 더 트랩>의 유정(박해진)과 백인호(서강준)를 두고 벌어지는 남친 찾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애초에 홍설(김고은)의 남자친구는 유정선배로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유정이 가진 차가움과 행적 때문에 홍설이 의심했던 점들이 있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사귀기로 했고 대학 내에서도 아예 대놓고 커플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점은 유정의 친구인 백인호 또한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짐짓 거리를 두고는 있었지만 점점 백인호의 눈에도 홍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부모와의 갈등으로 가출을 하자 그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는 모습이 그렇고, 자신을 가르쳐주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가 피곤해 잠든 그녀를 쉬게 하기 위해 자리를 피해주는 모습이 그렇다.
게다가 유정이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 드라마에서 그의 분량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대학 내의 홍설을 주변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유정의 이야기는 홍설과 만나는 지점에서 겨우 등장한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백인호다. 처음에는 그저 성격 좋은 남자 정도로 등장하더니, 이제 홍설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국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더 자주 홍설과 마주치고, 홍설에 의해 사고로 놓았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게 되면서 대학 내에서도 자주 어울리게 된다.
이런 밀고 당기기는 상당부분 제작진에 의해 의도된 부분이 있다. 초반에 누가 봐도 홍설의 남자 친구는 유정이라는 그 확고한 관계가, 그 분량 자체를 백인호와의 관계로 채워 넣음으로써 삼각구도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떨어져 있어 더 절절해진 유정과의 만남을 드라마는 빼놓지 않는다. 동생 때문에 늘 자신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부모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가출한 그녀 앞에 마침 유정이 나타나 극적으로 포옹하는 장면이 그렇다.

결국 다시 유정의 품으로 뛰어드는 홍설의 모습이 보여지지만 동시에 그 두 사람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백인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치즈 인 더 트랩>은 본격적으로 삼각구도라는 트랩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포획하고 있다.
물론 멜로에서 삼각구도가 늘 등장하는 공식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 <응답하라 1988>에서도 사실상 그토록 뜨거워졌던 까닭이 다름 아닌 남편 찾기의 삼각구도였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삼각구도가 깊어질수록 본래 <치즈 인 더 트랩>이 하려는 이야기는 희미해질 수 있다.
<치즈 인 더 트랩>이 괜찮은 멜로드라마라고 여겨지는 건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휴학을 해야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는 홍설의 대학생활이나 아버지의 강권으로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자신을 이용해먹으려고만 하는 선배들이 있는 유정의 직장생활이나 온통 트랩뿐인 현실에서 그나마 두 사람이 웃을 수 있고 숨통을 틀 수 있는 유일한 치즈가 그들의 사랑이라는 걸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현실과 멜로의 대결구도가 있어 현실도 멜로도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멜로에서의 밀고 당기기는 어쩔 수 없는 공식이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저 <응답하라 1988>이 보여준 것 같은 피로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적당한 선에서 재미를 부가시키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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