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결’ 스킨십, 진심과 선정성의 차이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우리 결혼했어요’의 스킨십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한때 조권-가인, 용화-서현 등 아이돌들이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당시 이들은 손 한 번 잡고 이마에 뽀뽀하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닉쿤이 빅토리아를 뒤에서 갑자기 껴안거나, 한 침대에 누워 빅토리아의 무릎을 베고 닉쿤이 눕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장우와 은정은 장난처럼 입으로 과자 먹기 게임을 하고, 이마에 뽀뽀를 하거나, 장우가 은정을 번쩍 안아 들어 올리는 등의 스킨십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준다.
특히 김원준과 박소현은 거의 실제 부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스킨십이 자연스럽다. 서로 껴안고 뽀뽀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인지 항간에는 실제로 사귀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급기야는 열애설이 터졌고 김원준과 박소현 모두 부인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결혼이라는 설정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실 부부관계라고 얘기는 했어도, 조권-가인이나 용화-서현의 어떤 거리감이 느껴지는 관계를 부부처럼 바라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지금 새 멤버들이 투입된 ‘우리 결혼했어요’는 바로 이런 현실적인 느낌을 대폭 보완한 느낌이 다분하다.
문제는 의도적으로 느껴지는 스킨십이다. 김원준과 박소현의 스킨십이 편안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반면, 장우와 은정은 좀 과도하다는 느낌이 강하고, 닉쿤과 빅토리아는 심지어 설정 같은 인상이 짙다. 왜 이런 편차가 생길까. 어떤 스킨십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반면, 왜 어떤 스킨십은 너무 과하다고 여겨지는 걸까.
실제와 가상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출연자들에게도 실제 마음과 연기 사이의 어떤 지점을 요구한다. ‘일단 결혼했다 치고’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연기(거짓을 꾸며낸다는 의미에서의 연기가 아니라 마음을 표현한다는 의미에서의 연기를 말하는 것이다)는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그 연기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 그것이 아닐 때 그것은 그저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린다.
스킨십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연기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그 연기에 진심이 담겨있다는 얘기다. 김원준-박소현 커플의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진심이 담겨있고 그래서 그것이 연기적인 표현이라고 해도 연기처럼 여겨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것은 아마도 이미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의 관계와 둘 다 연기 경험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편하고 또 표현에도 익숙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똑같은 연기경험이 있고 실제로도 선후배 관계인 은정-장우 커플이나, 꽤 오랫동안 부부관계(?)를 이어온 닉쿤-빅토리아 커플의 스킨십은 과도하다고 여겨지는 걸까. 먼저 은정-장우 커플은 연기는 앞서 있지만 진심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처럼 여겨진다. 어딘지 의도적인 설정을 많이 드러나는 것은 그 관계가 아직은 어색하다는 반증이다. 한편 닉쿤-빅토리아 커플은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너무 미션 중심으로 관계가 이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을 소개하는 기사를 만들라는 미션이나, 야구장 시구 미션 같은 것들은 부부 콘셉트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조금은 맥락 없는 스토리는 이들의 과도한 스킨십의 목적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것이 부부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도 되는 걸까. 아니면 그 자극적인 포인트가 이들의 강점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확실히 ‘우리 결혼했어요’의 스킨십은 과거에 비해 과해졌다. 이것은 물론 ‘결혼’이라는 콘셉트에 더 맞는 현실적인 장면들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이 과하게 여겨지는 건 때론 진심이 아니라 그저 자극적인 연기가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때 스킨십은 애정 표현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그저 자극을 위한 볼거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상결혼이라는 특성상 연기는 필요한 것이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 차이는 결국 스킨십을 그저 선정적인 장면으로 인식되게 하느냐, 아니면 기분 좋은 애정표현으로 받아들이게 하느냐를 가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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