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근석의 ‘대박’·박신양의 ‘조들호’·강지환의 ‘몬스터’, 당신의 선택은
- 지상파 월화드라마 3파전, 초반 4회로 본 장단점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지상파 월화드라마를 50회 동안 압도해 온 SBS <육룡이 나르샤>가 끝나자,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왕좌가 공석이 됐다. 이 자리를 사극으로 1위 수성을 지키려는 SBS <대박>과 직선으로 질주하는 법정 드라마인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악역들 틈바구니의 독한 복수극을 표방한 MBC <몬스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노리는 중이다. 과연 세 평론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건국이 마무리됐으니 이제 다시 왕좌를 다툴 시간이다.



◆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 ‘책임’이라는 촌스러운 덕목

솔직히 말해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법정에 선 변호사가 증언을 이끌어내려 제 가정사를 고백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은 신파의 극치이고, 칼로 그은 듯 선명한 선악구도의 단순함은 동명의 원작 웹툰이 겪은 것보다 훨씬 심하며, 너무 많은 이야기를 구겨 넣은 탓에 편집은 자주 툭툭 튄다. 드라마 작가들이 어디서 단체로 공동구매라도 한 건지, 감초 조연 황애라(황석정)와 배대수(박원상), 악역 신영일(김갑수), 장신우(강신일), 정회장(정원중) 등의 인물 설정과 배치도 구면인 듯 익숙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별로냐고 묻는다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적어도 초반 4회만 보면,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세련됨 따위엔 관심이 없고 오직 메시지 전달로 승부를 낼 작정인 듯 하다. 세상을 등지고 살던 조들호가 다시 법조계로 돌아 온 건, 자신이 검사 시절 특정 사건을 눈 감은 탓에 오늘 날 무고한 사람이 죄를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은조(강소라)가 각성하게 된 건, 자신이 변호사는 의뢰인의 편에 서야 한다는 직업윤리를 어기고 있었단 걸 깨달은 덕분이다. 세상은 우리가 각자의 책임을 방기하고 불의에 눈 감은 만큼 어두워진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특별한 악역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대신, 늦게나마 제 실수를 만회하고 그 책임을 지려는 주인공들을 내세웠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촌스럽지만, 그 우직함은 지켜볼 만 하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SBS <대박> - 장근석을 판돈으로 건 거방진 내기 한판

노름, 도박, 내기를 내세운 <대박>은 모처럼 시청률 경쟁이 붙은 월화 드라마 3파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과 콘셉트를 갖고 있다. 임금부터 저자거리의 꾼까지 역사를 ‘내기’의 관점으로 풀어내겠다는 <대박>의 첫 승부수는 <육룡이 나르샤>의 자리에 들어간 거다. 조선 건국에서 조선 왕권이 가장 융성했던 숙종 시대로 이어지는 배경의 역사적 흐름도 자연스럽고, 유아인이 장근석으로, 김명민, 천호진이 전광열, 최민수로 인지도와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치환되는 것도 그렇다. 이를 판돈 삼고 사극 조연으로 친숙한 이문식, 임현식을 받아 출생의 비밀을 품은 초반을 이끌어간다. 전개는 빠르고 모티브인 ‘내기’는 긴장감을 연출한다. 초반 스퍼트가 가장 좋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모든 내기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 새로운 소재의 사극은 신선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 밑바닥에서 왕좌 주위로 고속 승천하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 너무나 단선적인 대결구도는 익숙하다 못해 패를 이미 엿본 것 같은 기분이다. 게다가 드라마 전체를 건 가장 큰 한 판 내기인 아시아 프린스의 사극 도전이 예상과 달리 대박일지 쪽박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심대한 리스크다 (아직 초반이니 말을 아끼겠다). 그래도 최소한의 훈수를 두자면, 어느 정도의 액션과 아시아 프린스의 넉살, 익숙한 플롯과 늘 기대를 채워준 배우들의 열연이 있으니 단순하고 편안한 오락성을 지향하는 시청자들에게 추천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 MBC <몬스터> - 악당과 악당이 맞부딪히는 혼세 속의 복수극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장르물이 사랑을 받기 마련이라지? 그래서인지 요 몇 년 새 돈과 권력 앞에서 살인과 배신, 음모가 난무하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업인지라 국으로 보기는 해도 속 터져서 TV를 꺼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왜 그리 허구한 날 주인공은 맥없이 당하기만 하는지 원. 권력집단의 음모에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 남자의 복수극이라는 MBC <몬스터>도 시작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2 회에 벌써 배종옥, 성지루와 같은 연기파 배우가 맡은 캐릭터들이 벌써 사망에 이르렀을 정도니 강도가 충분히 짐작이 되지 않나.



그러나 반갑게도 2회 말미부터 판도가 확 달라졌다. 악역 대 악역의 흥미진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SBS <자이언트>(2010)에서 ‘조필연’ 역으로 악역의 새 역사를 썼던 정보석 씨를 비롯해 이덕화, 박영규, 진태현, 정웅인 등 그 이름만으로도 섬뜩해지는 악역 전문 배우들이 총출동을 한 바, 그들끼리의 진흙탕 싸움이 기대가 되는데 거기에 코미디, 액션, 멜로가 다 되는 연기자 강지환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신인 때 닮았다는 소리 깨나 들었다는 선배 연기자 정보석 씨와 어떤 조합을 보여줄지, 그리고 여주인공 성유리와는 어떠한 그림을 그려갈지 궁금해진다. 지상파 3사 월화 드라마 대전에서 시청률 3위로 출발한 <몬스터>,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말을 잊지 말기를.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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