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변화의 와중에 유재석이 남긴 의미심장한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덕현] 유재석은 작년 [SBS 연예대상]에서 김병만과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2016년 동시간대 1위 꼭 해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런닝맨>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작년 [SBS 연예대상]은 유재석의 대상은 물론이고, ‘시청자가 뽑은 최고 프로그램상’, 지석진의 우수상, 송지효와 개리의 최우수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런닝맨>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유재석이 그 자리에서 이런 결심을 드러내며 절치부심한 건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반응과 달리 국내에서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뚝뚝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절치부심의 결과일까. 아니면 임형택 PD가 중국판 <런닝맨>을 위해 출국하고 대신 그 자리를 채운 젊은 PD들(이환진, 정철민, 박용우 PD)의 성향 때문일까. <런닝맨>이 달라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특집은 지금껏 <런닝맨>이 쉬지 않고 달려왔던 그 ‘게임 버라이어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간 출연해줬던 게스트들 중 유독 미안했던 이들을 찾아가 사과(?)하는 콘셉트로, 박서준, 이요원, 조석, 문희준 등이 연달아 출연해 웃음 빵빵 터지는 멤버들의 사과를 받았다. 박서준의 세족식을 해주고, 이요원에게 물 싸대기를 받는 등 과한 사과는 일종의 벌칙수행처럼 게스트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혹은 통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런닝맨>은 멤버들끼리 사과를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6년 간 함께 달려왔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 놓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김종국은 자신의 캐릭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 과한 언행을 했던 입장을 털어 놨고, 송지효는 자신이 힘들 때마다 늘 이야기를 받아주던 이광수에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지석진은 초창기 적응하기 힘들어 그만두려 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 힘겨움을 후배들 탓으로 돌리곤 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런닝맨>이 훨씬 재미있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임 하기 바빴고 달리기만 했던 <런닝맨>이 잠시 멈춰서 그 달리던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어딘가 익숙한 모습들이었다. 다름 아닌 <무한도전>의 과거 레전드로 불리는 ‘롤링페이퍼’의 한 장면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그 때 롤링페이퍼를 통해 출연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캐릭터 쇼를 강화했던 것처럼, <런닝맨>은 지금 게임 버라이어티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 쇼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런닝맨>의 이런 선택이 <무한도전>을 닮았다고 해서 부당하다 말하긴 어렵다. 어찌 보면 <런닝맨>은 애초부터 게임 버전의 <무한도전>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재석과 하하가 <무한도전>과 <런닝맨>에 걸쳐 있고, 실질적으로 <런닝맨>을 움직이는 건 유재석이라고 볼 때, 그 콘셉트가 비슷해지는 건 두 프로그램의 팬들로서는 혼돈스러워지는 부분이다.

사실 <런닝맨>이 중국에서 그토록 화제가 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무한도전>과 겹쳐지는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무한도전>이라는 예능의 거목에서 ‘게임’이라는 아이템으로 나온 또 하나의 가지로서 <런닝맨>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추격전이 비슷해져도 <무한도전>의 팬이라면 <런닝맨>까지 끌어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에서는 <런닝맨>과 <무한도전>의 위상이 정반대다. 그리고 그것은 유재석을 포함한 현재의 <런닝맨> 출연자들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런닝맨>의 이처럼 높아진 위상은 ‘유재석의 선택’이 자칫 <무한도전>이라는 텃밭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물론 그건 실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재 <런닝맨>이 <무한도전>화되는 길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전적으로 유재석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재석은 이날 ‘미안하다 사랑한다’ 특집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개리가 예능과 음악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유재석은 “예능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는 고민인 거 같다. 그러니까 다 변화하려고 하지 않냐”고 말하면서 “같은 놀이터에서 같은 놀이기구로 계속 놀 수는 없듯이 새로운 놀이터로 가야하는 것 같다. 이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유재석이 말한 ‘새로운 놀이터’란 <런닝맨>이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게다. 하지만 <런닝맨>이 <무한도전>을 닮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그 ‘새로운 놀이터’의 의미는 달리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유재석은 과연 어떤 선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선택은 과연 괜찮은 걸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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